시인

힘이 없는 자주는 독립 없는 해방이네

힘에 의해 결정되는 국가 간의 문제는
선악(善惡)의 논리로만 판단하면 위험하네

크림반도 점령한 러시아의 야만과
남사군도(南沙群島) 강점한 중국의 횡포 등

국제사회 냉정함을 이해하지 못하면
또다시 나라 잃고 속국으로 전락하네

국가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보다 나은 국가와 손을 잡지 않으면

실효적 지배도 국제법의 판결도
허망할 뿐이네 쓸모가 없어지네

법치가 바로서야 나라가 부강하고
나라가 부강해야 자유가 주어지네

힘이 없는 독립은 자주 없는 구속이네
힘이 없는 자주는 독립 없는 해방이네
 

 

1947년 남중국해에 ‘남해구단선’을 설정한 중국은 4개 군도인 파라셀, 스프래틀리, 매클스필드, 프라타스를 각각 시사(西沙), 난사(南沙), 중사(中沙), 둥사(東沙)라 부르며, 군도 주변 암초에 인공 구조물을 구축해 중국의 영토임을 확실히 했다.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미국을 침략자로 간주, 냉전 종식으로 전쟁 위협이 사라지자 거센 반미시위를 벌였다. 1991년 필리핀 정부가 미군 철수를 의결하자 1992년 미군은 완전 철수했다. 미군이 주둔할 때 필리핀 영해를 침범하지 못했던 중국은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영해법을 선포하고, 필리핀이 실효 지배를 하던 팡가니방 산호초와 스카버러섬을 점령,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필리핀은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해 중국이 주장하는 남해구단선 범위 내 영유권, 관할권, 역사적 권리가 유엔해양법협약에 위배됨으로 법률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만장일치 판결을 받아냈지만, 중국은 판결에 불복해 남중국해 도서는 역사적으로 자국의 영토라며 인공으로 섬을 만들고 비행장을 건설했다.

중국에서 ‘시사군도’, 베트남에선 ‘호앙사군도’라고 부르는 남중국해 서북쪽의 파라셀군도는 서쪽 군도(암피트리테 그룹)와 동쪽 군도(크레센트 그룹)로 구분된다. 서쪽 군도에서 유명한 섬은 패틀섬이다. 이 섬의 면적은 약 0.5㎢로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다. 1938년 베트남이 이곳에 기상관측소를 설치했고, 1974년 중국과 베트남 간 해전이 발생했을 때 베트남은 이곳에 진지를 구축했다. 동쪽 군도에 있는 우디섬은 파라셀군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약 1500명의 주민이 살고 있고, 공항이 있다. 파라셀군도 주변 해양 자원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1974년 중국은 베트남이 실효 지배하던 서쪽 군도를 무력으로 점령한 후 섬 인근에 원유 시추시설을 설치하고 파라셀군도에서 군사훈련을 계속했다.

중국은 대만이 실효 지배 중인 프라타스군도를 점령하는 대규모 군사훈련도 하고 있다. 프라타스군도는 중국 해군의 주력 거점인 하이난다오에서 대만 남부 바시해협을 거쳐 태평양으로 향하는 해상 요충로다. 대만은 이에 대응해 미국으로부터 현존 최강 무인공격기로 꼽히는 MQ-9 리퍼 4기를 구입해 이곳에 배치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군사전문가 쑹중핑의 발언을 인용, “대만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무시하고 독립을 시도하면 군사훈련이 언제든 실제 행동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7년 미·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적으로 남북한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강력 항의했지만 중국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19세기 말까지 중국은 공식적으로 한반도를 속방으로 보고 종주권을 행사했다. 소중화사상에 젖어 중국의 속국임을 자처했던 조선의 선비들 때문인지 중국은 아직도 대한민국에 권리를 갖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제주도 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에 위치한 이어도는 한국 정부가 2003년부터 해양기지를 건설하고 실효 지배를 하고 있다. 이어도는 한국과 중국의 EEZ(배타적 경제수역)가 중첩되는 지점에 있어 해양 관할권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실제로 중국은 이어도를 ‘쑤엔자오’라 부르며 EEZ 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

요즘 중국 군용기가 이어도 서쪽에서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자주 침범한다. 중국 군용기의 침범 횟수가 매년 급증하는 이유가 뭘까? 빈도가 잦으면 긴장감이 해이해지고 그 틈을 타 실효 지배를 무너뜨리려는 패권주의와 영토 확장의 미련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선한 이웃’으로 착각하고 있는 위정자들 때문에 자유를 잃고 마침내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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