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문지초 교사

[금강일보] “엄마! 내일 도시락 반찬은 뭐야?” “응, 내일은 영태가 좋아하는 계란말이 싸줄께!” “우리 엄마 최고!!!”

나의 ‘국민학교’시절, 잠자리에 들기 전이면 나는 늘 엄마에게 내일의 도시락 메뉴를 묻곤 했었다. 계란말이를 정말 좋아하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도시락 반찬이 계란말이인 날은 마치 작은 축제와도 같았다. 엄마가 깨우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등교 준비를 혼자서도 척척 해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식탁으로 가면, 늘 그랬던 것처럼 네 개의 도시락이 일렬로 놓여 있었다. 가장 큰 두 개는 고등학생인 형의 것이고, 그다음 것은 중학생인 누나의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내 도시락이었다. 계란말이 반찬과 아침을 맛있게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를 한다. 도시락 가방을 책상 옆에 걸어두고 하루의 학교 일과를 시작한다. 수업을 듣는 중에도,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놀 때에도, 나의 시선은 한번씩 도시락 가방을 향한다. 빨리 4교시가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 점심시간은 멀게만 느껴진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친한 친구들 네댓명이 모여 앉아 그날의 도시락을 개봉한다. 내가 좋아하는 불고기와 소시지도 보이고, 콩자반과 김도 있다. 하지만 나는 계란말이가 제일 좋다. 친구들과 밥먹으랴, 떠들며 얘기하랴, 정신없는 점심시간이 지나간다. 고등학교에 올라가 급식을 먹게 되면서 더이상 엄마가 싸주신 계란말이 도시락을 먹을 일이 없어졌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집에서 싼 도시락을 구경하는 것조차도 굉장히 생소한 일이 되었다.

교사로서 다시 돌아오게 된 학교의 모습은 나 때의 그것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한 반에 50명으로 북적거리던 교실도, 점심시간이면 모여 앉아 먹던 도시락도, 이제는 모두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지금의 학생들이 도시락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일 년에 두 번 있는데, 바로 현장체험학습이다. 학교를 벗어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아이들에게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김밥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경험은 나의 어린 시절 계란말이 도시락이 주었던 기쁨에 버금가는 일일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는 것은 나에게도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삶의 소소한 기쁨이었다. 이제는 코로나로 인해 그마저도 빼앗겼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아침마다 도시락을 네 개씩 싸셨던 우리 어머니도 어느새 칠순을 지나 할머니가 되었고, 계란말이 도시락에 마냥 행복해하던 그 꼬맹이도 이제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다. 과거가 아름다운 것은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오늘따라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계란말이 도시락을 좋아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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