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금강일보] 우리 단체 A 회원의 이야기다. 이분은 훌륭한 인품을 지니셨고 나름의 사회적 성과도 인정받았다. 어떤 모임에 초대받았는데 정중히 고사했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모임 구성원 대부분이 같은 전문직종에 종사해서 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어진 이분의 말씀은 이런 경우 대화의 대부분이 자신들 분야에 대한 것일 수밖에 없고, 본인이 말하는 의견이 받아들여지기도 어려워 자신만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A 회원은 충분히 논리적이고 타인과도 잘 어울리는 분이기에 굳이 그런 생각을 하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의협의 진료 거부 사태를 보며 그분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이해됐다. A 회원 이야기의 핵심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만 있으면 한쪽밖에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일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객관적이지 못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영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진료거부 사태에서 의사들은 자신들이 의료정책에 대한 전문가이고 의료정책은 의사들과 협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의사가 의학 전문가임은 인정하지만 의료정책에서도 그런가에 대해선 의문이다. 무엇보다 의료정책에 대해 정부와 협의할 유일한 파트너라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의료정책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의료뿐 아니라 교육·복지·재정·정부·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시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최종결정권은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고 영향을 받는 시민에게 있다. 의협은 정부가 아닌 시민을 설득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의협은 시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오히려 전교 1등이라는 헛발질에서 나타나듯 자신들이 잘못된 엘리트 의식만 드러냈다. 안타까운 점은 다른 정책에 대해선 충분히 합리적인 의사들도 이번 사안에 대해선 의협의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의견이 있고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그동안 압도적인 정보격차와 생명을 다루는 특성으로 인해 존중받다 보니 자신들이 다른 사람에 비해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진 것 같다. 이에 더해 공적인 관계, 사적인 관계 모두 의사들끼리만 맺다 보니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지적도 어느 정도 공감된다.

이번 진료 거부는 자신들의 틀에 갇힌 전문가 집단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대로 보여줬다. 이번 기회에 우리 단체를 되돌아본다. 우리는 과연 의협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진 않은가. 시민단체의 특성상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고 의견도 강하게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과연 얼마나 다른 의견을 ?고 충분히 고민했는지 반문해본다. 아무리 잘난 척해도 우리는 결국 같은 땅을 밟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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