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은 첫 시집 ‘얼마간은 불량하게’
상처받은 이들에 전하는 ‘담백한 위로’

[금강일보 김지현 기자] 조하은 시인이 불편하고 부조리한 세계 속 자아의 기록을 담은 첫 번째 시집 ‘얼마간은 불량하게’(도서출판 시와에세이)를 발간했다.

지난 2015년 ‘시에티카’를 통해 등단한 후 처음 선보이는 조 시인의 이번 시집은 슬픔과 고통을 간직한 존재들의 안부를 묻는 시들로 가득하다. 그는 시를 통해 유년의 상처와 약자들의 고통, 소멸을 능동적인 태도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시의 서사들이 보여주는 삶의 비극성은 새로운 삶을 궁구하면서 너와 나 사이에 놓여 있는 자연의 명량함을 깨닫는 데 있다.

조 시인의 시속에서 흐름을 이끌어가는 등장인물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시인 자신으로 짐작되는 ‘나’라는 인물과 조 시인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려내는 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삶의 약자이거나 저마다의 쓰라린 상처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인의 관점에선 상처를 받은 인물들의 시간은 결국 소화되지 못한 채 몸에 새겨져 있고, 시인의 의식 형성에 영향을 준 사람들이나 사건은 때론 슬픔과 분노를 유발하는 부조리한 삶의 양식으로 결부된다. 이러한 관점은 조 시인의 시 중 ‘첫눈’이나 ‘그렇게 배웠다’에서 크게 두드러진다. 부조리하고 슬픈 세상을 잊기보단 오히려 당당하게 마주하고 세상에 꺼내놓는다.

조 시인은 그렇게 상처받은 이들을 달랜다. 그의 인생관 내면에 측은지심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 소박한 꿈을 통해 밝은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인 만큼 덤덤하게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기꺼이 꺼내 보인다.

모두 4부로 구성돼 59편의 시를 담고 있는 얼마간은 불량하게는 끝내 도달하지 못할 불가능의 꿈과 세계일지라도 다시 쓰는 시를 궁리하며 생의 꽃을 피우리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보여준다.

나호열 문학평론가는 “시인에게 시간은 자신의 자아를 확장시키는 교사서다. ‘비극 그 자체로서의 삶을 희롱하는 힘’은 다른 말로 바꾸면 사랑과 증오가 교차하는 시간을 도색잡지를 훔쳐보듯 ‘얼마간은 불량하게’ 사는 것”이라며 “투쟁이나 토극이 아닌, 너와 나 사이에 놓여 있는 자연의 명랑함을 깨닫게 된다면 이 시집을 읽는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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