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전 대전문인협회장

[금강일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손전화가 불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기지국이 가까운 곳에 설치되고, 깊은 산속에도 안테나가 설치됐다. 환영할 일이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손전화가 불통이라면 어쩌겠는가? 급한 전화를 할 수 없으니 응급환자 후송도 불가능했지만, 이젠 그런 시름을 덜게 됐다.

이젠 내 마음에도 튼튼한 안테나 하나 설치해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마음의 안테나가 없다면 이웃과의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인간의 마음은 무한(無限)과 직결돼 있다. 공중을 떠다니는 전파처럼 언제나 어느 곳이나 갈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내 마음의 안테나를 세우는 일에 신경 쓴다. 이웃에게 감사를 전할 때도 감사의 주파수를 맞춰 놓아야 가능하다. 세상에 보이지 않는 감사의 마음들을 수신할 수 있다면 세상은 아름답고 즐거워질 수밖에 없다.

남의 잘못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않으면서 살기로 마음 먹은 지 오래 됐다. 남의 잘못을 보고 듣고 집착하면 비판하게 되고, 비평하면 불평하게 된다. 그러면 세상은 삭막해지고 마음들의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오늘 이 자리 이 시각에서 내가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기쁨과 슬픔을 마주하고, 천당과 지옥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는 원리를 찾아내고 기뻐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인생의 절반은 ‘시행착오’이고, 나머지 절반은 ‘교정’이라 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시행착오는 겪지만, 교정의 노력은 소홀히 한다. 삶을 좌우할 결정적 요인은 진정한 자신과의 만남이다. 인생의 절반은 취해 살고, 또 나머지 절반은 숙취 해소로 몸부림치지만,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어떤 사장은 이런 말을 했는가 보다. ‘잘 산 인생이란 출세하고 돈벼락 맞은 인생이 아니라, 중도퇴장 없이 쓴맛 단맛 다 보며 끝까지 산 인생이다’라고….

마음의 안테나를 잘 활용하면 존경받는다. 먼지가 없는 깨끗한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만, 먼지가 낀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희뿌옇게 해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나는 상대방의 거울이다. 경거망동을 삼가고 바른 몸과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래 하는 말이 있다. 병에 물을 담으면 물병이 되고, 꽃을 꽂으면 꽃병이 되고, 꿀을 담으면 꿀병이 된다고. 마찬가지 이치로 통에 물을 담으면 물통이 되고, 약을 담으면 약통이 되고,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통이 된다. 병이나 통이나 그릇은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좋은 쓰임으로 쓰일 수도 있고, 나쁜 쓰임으로 쓰일 수도 있다.

내 마음에 어떤 생각이나 사고, 철학을 담아야 존경받고 우러러 보일 수 있는가는 내가 잘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좋지 않은 것들을 담아서 못된 대접을 받는 인생 쓰레기가 되는 일은 삼가려 노력하고 있다.

나에게 오는 죄복(罪福)의 원인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들어 키워 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의 잘못도 굳이 파헤치지 않고 덮어두자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아니 아예 보지 않기로 작정한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만을 골라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하물며 남의 잘못을 들춰내 상대를 아프게 해서 득 될 게 있겠는가? 내 마음의 안테나에는 불만·시기·불평 등을 담지 말고, 감사·사랑·겸손 등을 담아두자.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접시 하나 띄우지 못한다.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물은 성숙한 인격을 가져서 소리가 없다.

쑥도 대밭에 있으면 대나무처럼 곧게 자란다. 신은 인간을 채찍으로 길들이지 않고 시간으로 길들인다. 단 한 번 주어진 인생, 덕과 지혜의 향기가 조금씩 우러나는 부드럽고, 고귀하며, 보람 있고, 멋진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보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일벌처럼 꽃 주위를 부지런히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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