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 3% ‘피해경험 있다’ 응답
불법촬영 성범죄 우려는 커지는데
예방교육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전문가“범죄경각심고취교육 필요”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현직 교사들이 학교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잇달아 적발되며 교내 성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예방교육 움직임이 미미한 실정이다. 불법촬영 문제를 단순히 학교폭력과 성폭력 범주에 한정해 바라보는 탓이 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갑)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중·고등학교 양성평등 의식 및 성희롱 성폭력 실태 연구’에 따르면 전국 중·고교생 14만 4472명 중 3%가 불법촬영이나 유포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체 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 당한 경험 1%, 성관계 행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 당한 경험 0.3%, 등 불법촬영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수였다.

문제는 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불법촬영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불법촬영 예방 교육 자체가 학교폭력·성폭력 범죄 테두리의 일부로 다뤄지는 것에 더해 그마저 학교 상황에 따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까닭에서다.

교육당국의 인식도 저조하기만 하다. 교육부는 학교 내 불법촬영 카메라가 문제가 되자 지난달 14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긴급점검을 지시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에 의뢰, 가해자 징계 등 후속조치를 약속했으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단속 계획을 사전에 공표하며 실태조사 자체부터 삐걱거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예고된 점검에서 적발된 건수는 하나도 없었다.

충청권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전수조사에서 관내 적발 사항은 없었지만 내달까지 진행될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 촬영과 유포 등 디지털 성폭력 피해와 가해 여부, 유형과 내용 등 디지털 성폭력 실태를 확인하겠다”며 “교육청 차원에서도 학교에 지속적으로 자체적인 예방교육 실시를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 피해를 막기 위해선 법적인 처벌 강화 못지않게 제대로 된 예방교육으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불법촬영 행위 자체가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지시키는 동시에 피해자, 제3자, 방관자가 없게 하려면 예방교육부터 구체적이고 철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대전 B 고교의 한 교사는 “핵심은 휴대폰에 카메라가 다 있는데 그동안 이게 가져올 폐해나 부작용을 교육 받은 적이 없어서 불법촬영의 심각성을 사실 잘 모른다는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직장, 화장실, 출·퇴근길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심을 주고 사람과의 신뢰를 깰 수 있다는 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절실하게 말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 교수는 “강간과 강제추행은 신고로 잡기라도 하지만 불법촬영은 그런 경우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예방할 것이냐’를 묻는다면 교육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며 “단순하게 ‘불법촬영을 하면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처벌 받을 수 있고 피해자의 일상을 파괴하는 범죄임을 명확하게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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