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소리에는 소리로 맞선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 강정의 기자
  • 승인 2020.09.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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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소리에는 소리로 맞선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면 세상의 소음이 모두 멈추고 오직 음악과 나만 존재해 다른 세계가 되는 광고, 다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주위의 소음을 차단한다는 이른바 ‘노이즈 캔슬링’ 효과를 강조한 것이다. 정말 노이즈 캔슬링은 세상을 고요하게 만들어 줄까? 그렇다면 그 원리는 무엇일까?

 

먼저 노이즈 캔슬링은 유명 회사에서 최근에 개발해 내놓은 혁신적인 기술은 아니다. 노이즈 캔슬링은 맨 처음 군용 기술로 시작했다. 전투기 조종사와 나사 우주인은 제트 엔진과 로켓 엔진 소음 때문에 관제탑과 의사소통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민간 헤드폰 업체에서도 소음성 난청에 시달리는 항공기 승무원들이나 탑승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파동의 성질을 이용한 노이즈 캔슬링

 

현재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크게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과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으로 나뉜다. 먼저 기술적으로 아주 단순한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부터 살펴보자.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은 쉽게 헤드폰이나 이어폰의 밀착력을 좋게 해 소리를 물리적으로 막는 것이다. 귀에 쏙 들어가는 커널형 이어폰, 귀를 크게 덮어버리는 오버이어 헤드셋, 가수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사용하는 인이어 이어폰이 대표적인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을 적용한 예이다. 요즘에는 성능을 더 좋게 하기 위해 재질을 개량하거나 귀 깊숙이 삽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이름 그대로 적극적으로(액티브) 소음을 제거하며 우리가 광고에서 보는 바로 그 기술이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의 원리는 쉽게 말해 소리를 소리로 제거하는 것이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듣는 음악은 소리이며 소리는 일정한 주파수로 진동하는 파동이다. 이는 옆사람과 나누는 대화, 에어컨 같은 전자장비의 소음도 마찬가지로 파동의 형태를 띠는 소리이다.

 

이 파동에는 ‘간섭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는 두 개 이상의 파동이 서로 만났을 때 파동의 진폭이 더 커지는 ‘보강 간섭’, 사라지는 ‘상쇄 간섭’을 말한다. 보강 간섭은 대개 같은 진폭과 주파수를 갖는 파동이 만나면 동일한 파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처럼 진폭이 아주 커지는 것이다. 반면 상쇄 간섭은 진폭과 주파수는 동일한데 그 진행 방향이 마치 거울상처럼 서로 반대 방향의 파동이 만날 때 일어난다. 하나는 상승하며 하강하고 다른 하나는 하강하며 상승하는 파동을 생각해보라.

 

따라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주변에 있는 소음을 마이크로 감지하고 그 소음의 파동을 분석하여 소음을 상쇄할 수 있는 반대 파동을 만들어 이어폰 내부의 스피커로 보내준다. 그렇게 소음과 소음이 만나 무음이 되는 것이다. 그 단계를 일반화하면 첫째, 마이크로 소리를 감지한다. 둘째, 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바꾼다. 셋째, 이어폰이나 헤드폰에 있는 처리기를 통해 상쇄 파동 신호를 만든다. 넷째, 그 신호를 다시 소리로 바꿔 보내준다.

 

이런 원리 때문에 외부 소음을 상쇄하는 파동을 만드는 것은 원리상 규칙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소음을 분석하는 마이크가 파동을 분석하는 연산을 제대로 수행하고 그에 맞는 반대 파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고와 달리 모터 회전 소음, 엔진음 같은 규칙적은 소음을 차단하는 데는 탁월하다. 그러나 패턴이 불규칙한 사람의 말소리를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변화무쌍한 말소리를 재빨리 분석해서 그에 맞는 반대 파동을 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보냈다 해도 곧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음향 업체들은 소리의 파동을 분석하는 연산을 매우 빠르게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은 점점 확장될 것

 

오늘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음향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새롭게 출시되는 신형 자동차에도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된 경우가 있다. 원리는 이어폰이나 헤드셋과 동일하다. 차의 천장에는 엔진이나 바깥의 바람 소리를 수집하는 마이크가 달려 있어 이 정보를 분석해 조수석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엔진 소음과 반대되는 신호를 차량 내부에 보내주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노면에서 차에 전달되는 소음까지 상쇄하는 ‘능동형 노면 소음 저감기술’까지 나왔다. 반응이 매우 빠른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노면에서 차량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계측하는 것이다.

 

앞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든다면 불규칙적인 소리까지도 차단하는 완벽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소음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이보다 좋은 기술이 있을까?

 

글: 정원호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URL: http://scent.ndsl.kr/site/main/archive/article/%EC%86%8C%EB%A6%AC%EC%97%90%EB%8A%94-%EC%86%8C%EB%A6%AC%EB%A1%9C-%EB%A7%9E%EC%84%A0%EB%8B%A4-%EC%95%A1%ED%8B%B0%EB%B8%8C-%EB%85%B8%EC%9D%B4%EC%A6%88-%EC%BA%94%EC%8A%AC%EB%A7%81-20200921073000?cp=1&pageSize=8&sortDirection=DESC&listType=list&catId=11&artClass=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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