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노사연구원 노무사

 
남형민 세종노사연구원 노무사

지난해 7월 16일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가 시행된 이후 괴롭힘 신고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로 인한 자살도 산재 처리가 가능한가에 대한 문의도 있다. 원칙적으로 자살은 산재처리가 어렵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되었으므로 자살의 산재 인정 여부가 변화될 가능성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70%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한다. 근로자는 사업주·상사·동료근로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괴롭힘이라고 판단돼도 가해자를 형사 처벌하거나 해당 회사를 법상 기속하는 효과는 아직 없다. 단 산재법에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에 포함시키고 있어 그 결정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고용노동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입증책임은 모두 피해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사업주라면 더욱 어려워진다. 통상 괴롭힘 피해자의 입증자료로 녹취록, 문자, 카톡, 동료근로자 진술서, 병원 진단서 등이 활용되는데 자료 확보가 그리 녹록지 않아서다. 괴롭힘 상담센터에 상담하거나 회사 인사과나 고충처리위원 등에 협의하거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경우는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혼자 고민만 하다가 극한 상황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산재법에 의하면 근로자의 고의, 자해나 범죄 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질병, 장해,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발생한 행위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산재는 고용노동부에 미신고한 형태, 신고하고 괴롭힘 결정받은 형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괴롭힘 신고도 하지 않고 직장 상사 등의 괴롭힘에 대한 병원 진단기록조차 없다면 자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즉, 공적기관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은 피해자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 자해 행위에 대한 상당인과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당인과관계는 의학적 인과관계가 아닌 규범적 인과관계이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결정은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자살 산재 등 기타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자살 산재의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는 유족 등의 생존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중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현행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결정은 근로감독관의 결정에만 의지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괴롭힘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 괴롭힘 조사의 영역이 제한적일 수 있다.

향후 직장 내 괴롭힘의 개선 방향으로 부당해고 구제 신청과 같이 노동위원회에 일정한 심판 절차 도입을 제안한다. 피해자가 괴롭힘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하기보다는 노동위원회 등 공적기관이 개입해 직장 내 괴롭힘 결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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