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족기업 절세·탈세 막기 위한 조치”
충청 中企 “경제위기 버틸 힘 앗아가는것”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지난 7월 정부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80% 이상인 가족기업을 대상으로 초과 유보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을 골자로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자 중소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가족기업의 절세·탈세를 막으려는 조치라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예상치 못한 자금이 소요되고 있고 투자 여력도 축소할 여지가 높은 탓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7일 고용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위원장과 ‘초과 유보소득 과세 관련 중소기업 현장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사내 유보금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사내유보금은 새로운 미래의 투자 기회를 발견하거나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경영위기가 찾아올 때 사용하는 일종의 비상금”이라며 “전통 제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급격한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내유보금을 충분히 적립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내 유보금은 회계상 '이익잉여금'이라 불리는 계정을 말한다. 가령 중소기업이 100억 원을 벌어 20억 원을 세금으로 내고 10억 원을 배당할 경우 나머지 70억 원은 사내 유보금으로 잡힌다. 여권에서는 ‘사내 유보금을 통해 기업이 현금을 쟁여두고 있다’고 인식하며 10%를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끝내 세법개정안에도 담아냈다.

하지만 사내 유보금은 현금으로만 볼 수 없다. 스마트공장 도입 등 새로운 기계 설비를 들여오는 데 다수의 자금이 사용되고 있어서다. 국내 상장기업들도 평균 10%가량의 현금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의 44.6%는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하고자 30.4%는 기계설비 등 미래투자, 연구개발, 신사업 진출 등을 위해 사내유보금을 적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초과 유보소득에 대한 과세가 현실화되면 여유 자금이 없는 기업의 경우 기계 설비나 건물을 팔아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학계에선 투자 여건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금 상황이 좋지 못한 지역 중소기업들은 더욱 우려하고 있다. 충청권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 피해가 지속되고 있어 언제 어떻게 자금이 대거 투입될지 몰라 사내 유보금이 부족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은 가족기업이 많고 사내 유보금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서 초과 유보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면 위기 대응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공장 확대를 권유하면서도 투자를 가로막는 과세안을 왜 추진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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