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상권 수요 빨아들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대형마트로 인한 낙수효과 적지 않아

[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유통공룡이라 불리며 국내 유통시장을 장악했던 대형마트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다중고를 겪고 있는 대형마트의 2020년 가을 현주소를 짚어봤다. 

‘대형마트 폐점’을 ‘골목상권 회복’으로 바라볼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형마트가 사람들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해오던 까닭이다. 한국유통학회가 발표한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마트 부평점 등 6개 대형마트 폐점 이후 반경 3㎞ 이내 중소형 마트와 식당 등의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대형마트가 주변 상권 수요를 모두 흡수해버릴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집객효과를 일으켰고, 주변 상권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마트가 폐점한 이후엔 수요가 사라져 인근 소상공인들이 극심한 침체에 빠진 거다.

특히 연매출이 적은 소형점포일수록 타격이 컸다. 연매출 5억 원 미만 영세 슈퍼마켓의 매출지수는 부평점 폐업 2년 전 16.6에서 폐업년도인 2018년 15.3으로 줄었으며 5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 소형 슈퍼마켓은 같은 기간 8.6에서 7.5로 감소했다.

이마트 부평점 폐점으로 이득을 본 건 다름 아닌 다른 ‘대형마트’다. 하나의 대형마트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도 다른 지역 상권으로 이동한 거다. 대형마트에 갔다가 주변 점포를 함께 이용하는 고객 비율은 60.8%에 달한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고객 10명 중 6명은 주변 음식점이나 상가에서 추가적인 소비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고객들이 빠져나가면서 폐점 대형마트 인근 상권이 침체에 빠지게 된다는 거다. 대형마트의 낙수효과가 가장 뚜렷한 점포는 ‘음식점(62.2%)’이다. 이어 타 대형마트(30.7%), 백화점(22.6%), 의류전문점(10.6%) 순이다.

보고서는 “이마트 부평점 폐점 이후 주변 슈퍼마켓을 규모별로 분석한 결과 인근 대형마트와 원거리에 있는 슈퍼마켓은 매출액이 증가했다. 소매점 매출도 인근 점포보다 원거리 점포가 더 늘었다”며 “대형마트 폐점으로 덕을 보는 것은 같은 대형마트이거나 다른 지역 소상공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등에 대한 규제 완화, 소상공인과의 상생 대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가 파생 고객을 만들어내고 주변 지역의 중심지가 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력이 적지 않은데, 이를 무시한 채 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소상공인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대형마트에 대한 유통규제를 완화하고 이들과 소상공인이 상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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