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 지역대학 연계 진로체험 실시
중·고교생, 전공학과·특화 프로그램 체험
뚜렷하고 체계적인 진로 설정

[금강일보 김지현 기자] 학생들에게 진로설계는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무수히 많은 직업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시대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은 불안하고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최근 교육 현장은 학생들의 이러한 고충을 고려해 직·간접적으로 진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교육감 설동호) 역시 관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대학 연계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대학의 다양한 전공학과 및 특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탐색해보며 적합한 진로를 설계하고 있는 생생한 현장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대전중앙고 학생들이 건양대 의료공간디자인학과에서 공간 설계를 배우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대전 관내 학생들이 대전보건대 바이오의약과에서 전공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동대전고 학생들이 우송정보대 제과제빵과에서 아이싱 쿠키를 만들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 대학 진로체험으로 그린 미래

대전교육청의 지역대학 연계 진로체험 프로그램은 지난 2015년부터 시교육청이 지역대학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지역 진로체험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업으로, 올해는 12개 대학이 참여해 모두 95종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년 2월까지 실시한다.

프로그램은 학교로 찾아가는 방식과 대학방문형으로 운영되는데 학교방문형은 3시간 내외, 대학방문형은 4시간 이상이며, 주요 내용은 대학별 특화 진로체험, 학과 및 동아리 연계 진로체험, 전공 및 직업체험 등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학 및 현장을 찾아가는 진로체험이 소규모 동아리를 중심으로 방역 및 안전수칙을 준수한 상황에서 실시됐다.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기존 대면 진로체험 방식에서 비대면 온라인 진로체험 방식으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학과 및 동아리 활동 관련 동영상 및 진로체험 꾸러미를 자체 제작, 일선 학교를 방문, 진로체험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진로체험 방식을 통해 추진 중이다.

학년 초 지역대학을 대상으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공모하고 있으며, 일선 중·고교에는 진로체험 지원 전산망 ‘꿈길’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대학 자체 교육기부 프로그램도 병행해 지역대학 진로체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로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이 단순한 체험을 넘어 일회성이 아닌 자신의 진로 및 진학 희망과 연계한 대학별·전공별 특화된 프로그램을 경험하다보니 만족도가 높다. 또 체험 과정 및 체험 이후 대학의 학과 교수, 대학생 선배와의 다양한 대화 기회를 통해 학과 및 전공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미래를 설계해보는 값진 시간이 되고 있다.

고유빈 중등교육과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찾고 진로설계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연계, 안전하고 다양한 진로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학생들의 생생한 체험문

                     대전중앙고 3학년 장준성 군. 대전교육청 제공
                     대전중앙고 3학년 장준성 군. 대전교육청 제공

▲대전중앙고 3학년 장준성 군

“평소 기계공학에 관심이 많아 각종 교통수단의 작동 원리를 생각해 보곤 했다. 특히 자동차의 기계적 원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자동차학과가 있는 대덕대학교에 진로체험의 기회가 생겨 신청하게 됐다. 
함께 참여한 친구들과 대학 강당에서 학교 소개와 다른 학과들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자동차학과였지만 컴퓨터 공학이나 조리,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 다양한 학과에서 진행되는 학업과 진로 분야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특히 군사학부의 전투부사관학과와 총포광학 등 여러 기술부사관학과들을 직접 방문하고 진로에 대한 설명을 통해 기계공학에 관심이 있다면 진학할 수 있는 여러 학과가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관심을 끈 것은 자동차학과 체험이었다. BMW에서 실습용 차량을 제공해 줄 만큼 인지도 있는 학과라는 소개에 걸맞게 다양한 차들이 정비 실습용으로 준비되어 해체되고 조립되길 반복하고 있었다. 방학이지만 정비 실습을 위해 매일 등교해 연습하고 있는 자동차학과 동아리 대학생들의 모습과 전체 교수님들이 나오셔서 제자들을 지도하는 한편 체험을 위해 방문한 우리에게도 자동차의 원리와 학과에서 배우는 것들을 친절히 소개해 주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구조를 알아보고 각 부품의 역할에 대해 배웠는데 실제 분해된 자동차를 앞에 두고 들으니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지금까지 나는 자동차를 단순히 운송 수단으로만 생각해 왔지만 이번 학과 체험을 통해 자동차가 가진 기계적 작동 원리, 각 부품마다의 역할 등을 경험을 통해 정확히 알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기계, 전기, 컴퓨터 공학이 접목된 종합예술의 분야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해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다. 
자동차학과 탐방 프로그램은 기계공학도의 의지를 갖고 있고, 당장 대학의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 내게 큰 동기 부여가 되었고 열정을 심어줬다. 또 대학에 이렇게 다양한 학과가 있고 저마다의 특성을 지니고 각 분야의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대학 학과 진로체험이 왜 중요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한 번의 진로체험을 통해 다양한 진로 분야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었고 또한 분발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대전도안고 1학년 이나은 양.  대전교육청 제공
대전도안고 1학년 이나은 양.  대전교육청 제공

▲대전도안고 1학년 이나은 양

“학교에서 ‘into China’라는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던 중 대학과 연계된 진로체험을 한다고 해서 한남대 중국경제통상학부의 ‘Chinese Culture Experience’ 진로체험에 참여했다. 코로나19 상황인 만큼 직접적인 만남을 자제하기 위해 온라인 화상 수업을 이용, 교수님과 대학 교육과정,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지엔즈와 다른 활동을 도와주면서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평소 중국과 중국어에 큰 관심이 있긴 했지만, 학과에 있어서는 많이 무지했던 것 같다. 여지껏 중국에 관한 학과라고 해 봤자 중어중문과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Chinese Culture Experience라는 진로체험은 ‘중국’이라는 키워드에서 갈 수 있는 학과가 절대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해줬고, 진로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큰 도움을 줬다.

특히 이번 활동 중에 경극 가면에 어떤 색이 쓰이느냐에 따라 인물의 특징과 성격이 결정된다는 점을 알게 돼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밖에도 강의 중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한자나 중국인들의 취향이 가지는 의미가 각기 다르다고 했던 내용이 떠올라 그 부분들에 대해 추가로 알아보고 싶어졌는데, 현지에 직접 방문해 인터뷰 등을 해보며 조금 더 생생하게 알아보고픈 욕심이 생겼다. 나의 희망 진로가 언어 분야, 다른 나라의 문화와 관련된 학과이다보니 이에 너무 적합한 활동이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 무역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중국 무역이라는 분야가 언어는 물론 ‘중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간파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점에서 꽤 큰 매력을 느꼈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현 한국과 중국 간의 무역 교류 설정, 무역 방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

동대전고 1학년 오예승 양. 대전교육청 제공

▲동대전고 1학년 오예승 양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배워왔고 그렇게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지만 ‘노약자석’이라는 특별한 자리가 왜 지정돼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습관처럼 따르던 사회적 규칙에 의문을 갖게 되며 근본적으로 ‘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그렇게 사회복지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평소 관심이 있던 복지와 배려의 의미를 직접 경험해 보고 사회복지학이라는 전공에 대해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지역대학 연계 진로체험 중 ‘복지케어교실’에 참가했다. 3인 1조가 돼 노인체험을 했는데 허리 지지대와 무릎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는 나의 허리와 팔, 다리를 뻣뻣하게 만들어 내 마음대로 몸을 구부리지 못하게 만들었고, 체험용 안경은 시야를 뿌옇게 만들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정말 답답했다. 심지어 모래주머니까지 착용하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조원들이 몸을 부축하며 도움을 줄 때 그 모래주머니의 무게가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직접 체험을 해보니 ‘노약자석’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 오르막길에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또는 휠체어용 리프트 시설이 꼭 설치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복지란 역지사지의 연장이라는 것 즉, 나의 입장이 아니라 사회적 배려 대상이 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진로체험을 한 후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문제들과 정책에 관해 조사해 봤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법학, 사회학, 사회복지학과 같은 사회과학 학문에 관심이 높아졌고 함께 사는 사회를 더 정의롭고 따뜻한 곳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번 진로체험은 나의 진로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됐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