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장태산은 삼한 중의 마한 신흔국의 영역이었다. 백제 때 진현현에 속했으며 신라 때는 진령현에 속했었다. 고려 때는 기성부에 속했으며 뒤에 공주부의 영역이었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진잠현에 속했었으며 조선 말기에는 진잠군에 속했다. 지난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 때 대전군 기성면에 편입되었다가 오늘날의 대전시 서구에 속하게 됐다.

장태산은 서구 장안동과 금산군 복수면 신대리 경계의 안평산 옆에 있는 산으로 높이 186m의 나지막한 산이다. 이 일대는 대둔산에 뿌리를 둔 산줄기가 장엄하고 아름답게 뻗친 곳에 마을이 생겨서 장안동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하며, 임진왜란 때 장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난을 피해 장군봉 아래 베틀굴에 숨어서 3년 동안 베를 짜며 살다가 지금의 원장안에 터를 잡아 편안히 살기 시작했다. 하여 장안동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전설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 장태산 휴양림은 1991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사시사철 사람들에게 휴양을 할 수 있는 최적의 명소로 자리잡게 됐다. 장태산 휴양림은 도시생활에 지친 시민들을 안정되고 온화하게 감싸 안아주는 포근한 곳이다. 소금강이라 불리는 대둔산과 맥이 닿아 있어 산세가 수려하고 깊은 골의 기품이 가히 범상치 않다. 우리나라의 어느 산 어느 골짜기 하나 조상의 숨결과 역사와 내력의 혼이 어리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특히 이곳은 1990년대 이후에 비로소 본격적인 개발이 되고 알려지기 시작했을 정도로 태고의 멋과 인공의 식재된 나무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힐링의 장소가 된다. 언제 찾아도 좋고 맑고 깨끗하여 순수하며 편안한 곳이다.

산 둘레와 아래 인근 동네의 이름도 유래가 있어 정겹다. 장씨 성을 가진 이가 참혹한 난을 피하고 유자생녀(有子生女)하며 편안히 살았다는 원장안, 장안동, 학이 날아드는 곳에 선인이 머문다는 선학동, 말 8필이 물을 마시는 형국이라는 지세의 팔마동, 가마솥둠벙, 옛날 이 근처에서 산삼을 캤기에 붙여졌다는 삼보실, 웃가마골, 아랫가마골, 바탕골 등이다. 산자수명(山紫水明)이란 아름다운 말은 대전의 장태산에 딱 알맞다.

장안동 산 67번지에 위치한 장태산 휴양림은 다양한 편의 휴게, 숙박 시설과 교육, 체육 놀이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더 오는 이를 살갑게 맞이하여 각별하고 즐겁게 힐링할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이곳의 삼림욕장은 녹색공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푸르름과 신선함을 듬뿍 안겨주고 동시에 맑고 시원한 공기는 사람을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사계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장태산은 대전의 서남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형제바위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붉은 낙조는 산 아래 용태울 저수지와 어우러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루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장태산 일대의 울창한 침엽수와 활엽수림 17만여 평은 각박한 도시생활로 심신이 피로해진 사람들에게 새로움과 활력을 불어넣어 줄 뿐만 아니라 인공으로 조성된 1만여 주가 넘는 메타세콰이어는 이국적인 풍치를 보여줌과 동시에 자못 쭉쭉 뻗어 팔 벌린 올곧은 나무 나무의 자태가 우리의 마음을 정심(正心)으로 방향 잡아주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가을, 쪽빛 하늘 깊은 가을 속으로 우리는 지금 와 있다. 만산홍엽 단풍이 스치며 지나갈 거고, 곧바로 잎잎 떨어지는 차디찬 회오리바람 속의 낙엽 쌓여 날리는 날들이 기다릴 거다. 왠지 쓸쓸하고 을씨년스럽다. 세계 대역란 코로나19는 멈추거나 그치지 않고 우리를 힘들게 오래도록 답답하고 지겹게 괴롭히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굳은 의지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무거운 마음과 몸 툭툭 털고 일어나 장태산으로 길 떠나보자. 기다리는 건 맑은 바람과 길 언저리의 가을걷이한 조용한 농촌과 산야 그 어느 외딴집 장독대 뒷곁에서 선 채로 익어가는 바알간 홍시가 눈을 호사롭게 해 줄 것이다. 편안한 일상과 좋은 나날의 연속이 바로 기쁨이다. 많이 걷는 게 좋다. 장태산에는 상태산, 중태산, 하태산이 있고 그 산을 따라 상선학, 중선학, 하선학이라는 골짜기도 있다. 온갖 어려움을 견뎌 이겨낸 심신의 편안한 상태가 기쁨과 행복이라면 가볍게 설레는 마음 지녀 두 말할 필요 없이 날 잡아 아름다운 대전팔경의 하나, 머잖은 심산궁곡(深山窮谷) 장태산으로 홀가분히 떠나보자.

*참고문헌
여기가 大田이다,崔文輝,1984.동방종교문화연구회/아름다운 대전8景,1999.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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