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취미로 시작한 음식 나눔
어느덧 업(業)으로 한 지도 4년차
음식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 나서
“행복 찾는 청년들 많아졌으면”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의식주는 인간이 생활하는 데 없어선 안 될 기본 3대 요소다. 특히나 이중 식(食)에 해당하는 음식에 있어선 ‘콩 한 쪽도 나눠먹는다’라는 옛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은 나눔의 밑천이기도 하다. 분명 시대가 흐르면서 단지 음식을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요소 정도로 간과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김수경(26·여) 쉐어푸드 대표의 애착은 남다르다. 김 대표에게 음식이란 사회적 문제를 해결, 그리고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점차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청년들의 대부분이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곤 하는데, 결국엔 이러한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청년들이 영양 불균형을 겪고 개인 간의 유대관계 또한 단절되는 사회적 문제를 음식이라는 소재로 해결해보자는 게 지금 김 대표가 뛰어든 업(業)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국의 모든 외식업계가 흔들리고 있듯이 김 대표 또한 난관에 봉착했지만 금전적인 수익을 바라고 시작한 창업이 아니었던 만큼 그에겐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김수경 쉐어푸드 대표

◆ ‘취미’로 시작된 꿈

“2015년 대학교를 다닐 때 안면이 없는 대학생들끼리 모여 나만의 추억이 담긴 요리를 공유하는 활동을 했었어요. 그리 거창한 건 아니고 각자가 음식을 준비해 식사하면서 추억을 공유하는 방식인거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르는 사람들끼리 반찬을 만들어 공유하자는 요구에 너도 나도 모이게 된 거예요. 대학교를 들어갈 때에 단지 영양사가 되고 싶어 식품영양학과로 진학한 것과 마찬가지로 단지 음식 공유 활동도 ‘하고 싶다’라는 단순한 호기심에 이끌리게 된 거죠.”

최근 국내에서도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이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식생활의 변화 때문이다. 바쁜 일정에 쫓겨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사람들 또는 혼자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사람들이 ‘건강한 식생활’이라는 관심사로 뭉치고 있는 거다.

사실 김 대표가 대전에서 창업을 했지만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에게 대전이 생소한 지역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단지 대학교 진학을 위해 대전에 뿌리를 내렸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대전은 따뜻한 보금자리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모두 우연히 시작하게 된 거예요.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전으로 오다보니 외롭기도 하고, 친구가 있어도 마음 한 구석이 비어있는 느낌이었는데, 음식을 공유하는 활동을 하다보니 대전이 오히려 고향처럼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애정도 느끼고 있어요. 무언가 대전엔 사람 간의 따뜻함이 있는 것 같아요.”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젊은 나이에 창업 또한 처음이었던 만큼 지금의 쉐어푸드의 모습을 갖추는 데 어려움 또한 만만치 않았다.

“청춘다락이라는 공간에 입주하기 전만 하더라도 저희만의 공간이 없어 활동하는 데 제약이 컸어요. 다행히 마을 공동체 지원 사업을 따내고 청춘다락 공간에 입주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수 있었던 거죠.”

◆ 소셜다이닝·쉐어키친·포트락파티·밥풀…“음식으로 소통해요”

“쉐어푸드는 온전히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이에요. 음식을 먹으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인 소셜다이닝,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요리법 등을 공유하는 쉐어키친, 각자 음식을 가져와 파티를 여는 포트락파티로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은 밥풀이라고 카풀을 변형한 같이 밥을 먹는 행사도 열고 있어요. 모든 프로그램이 음식을 기반으로 네트워킹하는 프로그램인거죠.”

어느덧 음식을 공유하는 활동에 나선 지도 6년째에 접어든 그다. 2017년 창업 기준으로 보면 4년 차다. 이제 겨우 스무살 중반에 들어선 김 대표이지만 그의 영향은 이곳저곳으로 뻗치고 있다. 수년간 그가 음식을 나누며 느끼는 보람이기도 하다.

“게임학과를 전공하고 있던 팀원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 활동에 참여하면서 이탈리아로 파스타를 배우러 갔고 다시 국내로 돌아온 뒤엔 음식 관련 창업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100% 저의 영향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뿌듯하죠.”

여느 외식업계와 마찬가지로 김 대표 또한 코로나19 위기를 빗겨갈 순 없었다. 주기적으로 사람과 대면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해야만 하는 그의 업에 있어선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사업 자체가 사람을 만나야 하는 프로그램들인데 코로나19로 인해 만나질 못해 상반기 때는 행사를 거의 진행하지 못했었죠. 기존에 참석하셨던 분들도 언제 다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냐는 연락이 수시로 왔는데 요청에도 문을 열지 못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결국 방안을 강구하다가 최근엔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최근 대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김 대표는 또다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기 위한 날갯짓에 여념이 없다.

 

◆ ‘사회적 문제’ 해결 본격화…“행복 찾는 진로로 향하길”

“그동안은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에 힘을 써왔다면 이제는 보다 쉐어푸드 설립 취지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고 싶어요. 또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던 범주를 다양한 연령층으로 넓히기도 싶구요. 사회적 문제는 결국 청년들에게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죠.”

김 대표는 그간 음식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개선시키는 데 힘써왔다. 밀가루없이 일주일 살기, 일주일간 일회용품없이 생활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소비되는 음식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그에게 음식이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판이었던 거다. 음식을 통한 직접적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있지만 지역 청년들과의 식사 자리에서의 주제는 사회적 현안과 관련된 게 대부분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쉐어푸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엔 변함이 없어요. 기존에 같이 활동했던 동료들이 모두 떠나고 지금 모든 팀원이 새로오신 분들인데, 누군가가 이 일을 왜 계속 하고 있냐고 물어도 보죠. 이유는 간단해요. 저는 이 일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에요.”

행복이라는 목표를 갖고 김 대표가 쉐어푸드를 창업한 만큼 그는 청년들이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행복’을 전제로 조언한다.

“예전에 팀원으로 활동했던 분이 어느날 아침에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서 출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슬펐어요. 자기가 하고 싶어 해서 그 일에 뛰어들었겠지만 결국엔 생계를 위해 마지 못해 다니는 동료들의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죠. 분명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금전적인 부분을 무시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청년들이 자기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의 꿈을 찾길 바랄 뿐이에요.”

글·사진=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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