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껌으로 알아내는 인류 조상들의 삶

 

1

고운 것엔 언제나 손이 간다 입에 넣고 싶다

달콤한 말들이 퍼지도록 오래오래 씹고 싶다

 

- 신혜정 [껌을 씹는 오후 네 시] 중에서

 

2

씹기도 좋고 맛도 좋은 껌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2017년 기준, 국내 껌 시장 규모만

약 2,380억 원에 이른다.

 

3

그런데 이런 껌이 최근

인류 조상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연구 자료로서 각광받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4

BBC, 뉴욕타임즈, 가디언 등 외신들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5,700년 전 인류가 씹던 껌에서

유전체를 검출한 것이다.

 

5

덴마크 남부에 위치한 롤란섬은

북유럽 최대의 석기시대 유적지 중 하나다.

이 곳을 탐사하던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깊숙한 진흙 구덩이에서 검은 물체를 하나 발견했다.

 

누군가가 씹은 자국이 남은 타르(tar) 덩어리다.

 

 

출처: Theis Jensen

 

6

자작나무 껍질에 열을 가하면 나오는 타르(birch tar)는

당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질 중 하나였다.

 

일종의 천연 접착제로서

다방면에 걸쳐 쓰였기 때문이다.

 

7

그런데 어째서 접착제로 쓰이는

타르를 껌처럼 씹었던 것일까?

 

연구진은 이에 대해

“치통 등 질병을 견디거나 치아를 깨끗이 하기 위해

껌처럼 이를 씹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8

분석 결과 그 주인공은 어두운 피부색과 짙은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푸른 눈을 가진 여인으로 판명됐다.

 

연구진은 5,700년의 이 여인에게

롤라(Lola)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9

연구진은 또한 롤라가

유럽 본토에서 올라와 정착한 이들의

후손일 것으로 추정했다.

 

짙은 피부, 푸른 눈 등은

당시 본토 유럽인에게서 나타난

유전적 특징이었기 때문이다.

 

10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에 대해

큰 환호를 보내고 있다.

 

고대 인간 유전체 전체를 뼈가 아닌 곳에서

추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

특히 6천 년 전의 인간 DNA를 온전히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 연구에 있어

큰 행운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와 함께 공개된 다른 발견 역시 그 의미가 크다.

 

12

연구진은 롤라의 DNA와 함께

헤이즐넛과 청둥오리의 DNA, 각종 바이러스와 병원균 등을

같이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당시 인류의 생활과 식습관, 건강 등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13

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6천 년 전과 현대를 잇는 연결고리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가고 있다.

 

씹다 버린 껌 조각 하나가 졸지에

중요한 과학적 성과가 돼버린 셈이다.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URL: http://scent.ndsl.kr/site/main/archive/article/%EA%BB%8C%EC%9C%BC%EB%A1%9C-%EC%95%8C%EC%95%84%EB%82%B4%EB%8A%94-%EC%9D%B8%EB%A5%98-%EC%A1%B0%EC%83%81%EB%93%A4%EC%9D%98-%EC%82%B6-20201102073000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