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문지초 교사

 

[금강일보] 낙엽이 떨어지는 완연한 가을이다. 운치 있는 날씨를 핑계 삼아 나의 지나온 교직생활을 돌아본다. 학생들과 함께 즐거웠던 기억, 힘들었던 기억…. 많은 기억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그 중에서 최고의 기억을 하나 꼽으라면 우리 반 학생들과 함께 떠났던 졸업여행일 것이다.

2015학년도를 마칠 즈음, 나는 졸업을 앞둔 우리 반 학생들과 야심찬 계획을 하나 세웠다. 바로 1박 2일로 졸업여행을 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던졌던 나의 얘기가 학생과 학부모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서서히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뀌어 나갔다. 학생들과 열띤 몇 차례의 협의 끝에, 졸업 이후 며칠 뒤에 대전 인근의 공주자연휴양림에서 초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마치 봄처럼 따뜻했던 2월의 어느 날, 우리는 공주자연휴양림으로 출발하였다. 평일이어서 그랬는지 이용객은 우리밖에 없었다. 한적하고 넓은 잔디밭에서 편을 나눠 축구도 하고, 피구도 하고, 정말 마음껏 뛰어놀았다. 6학년 생활을 통틀어 그렇게 행복하고 자유로운 아이들의 모습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저녁 식사 때에는 조를 나누어 요리를 했다.

카레, 떡볶이, 볶음밥 등 아주 다양한 요리를 넉넉히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설거지 등의 뒷정리도 아이들이 알아서 척척 해내는 것을 보면서, ‘이제 정말 중학생이 되는구나’ 하고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이후에는 실내놀이를 하였는데, 그 당시 TV프로에서 한창 유행하였던 실내 숨바꼭질과 좀비 게임을 할 때는 정말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11시까지 게임을 하고 나서 잠들기 전 마지막 순서로 롤링페이퍼를 하였다. 아이들은 사뭇 진지하였다. 초등학교시절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들이 무척이나 많았던 것 같다.

12시가 넘어 여학생들을 2층으로 보내고, 1층에서 남학생들과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몇몇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며 냉장고에 있는 삼겹살을 먹자고 애원하였다. ‘졸업도 했는데 뭐든 못 들어주랴’하는 마음으로 주방 한쪽에서 삼겹살을 구웠다. 그랬더니 모든 아이들이 냄새를 맡고서 몰려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한 시간 넘게 삼겹살을 열심히 구웠고, 아이들은 열심히 먹었다. 새벽 3시가 가까이 돼서야 모든 아이들이 잠이 들었고, 나는 한숨을 돌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새벽의 휴양림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시대가 많이 변해서 이제는 그런 여행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소 무모하기는 했지만 그때의 나는 의욕과 패기가 넘치는 교사였던 것 같다. 가끔 힘들다고 느낄 때면 그때를 떠올리면서 큰 힘을 얻곤 한다. 이제는 대학 입시에 많이 힘들, 그때의 우리반 아이들도 그 순간을 떠올리며 한번 더 힘을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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