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빨갛게 물들어가는 이 계절, 파란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일상에 지친 이들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그게 어디 마음처럼 쉬운가. 멀리는 어렵더라도 가까이에 있는 명소, 대청호를 찾아보자. 오색찬란한 대청호의 현재 모습을 담아봤다. 

 

이현동거대억새습지. 

◆ 바람의 노래 느낄 수 있는 ‘이현동 거대억새습지’ 
이현동 거대억새습지는 1만 2116㎡(약 3600평) 규모로 실로 거대하다. 억새와 노랑꽃창포, 삼백초, 수련 등 수생식물 군락이 조성돼 있고 버드나무 군락은 대청호와 접해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요즘 습지에선 억새들이 하얀 솜털을 흩날리기 시작했다. 습지 한 켠에 마련된 정자에 앉아 가을바람에 억새들이 하늘거리며 춤을 추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이현동 거대억새습지의 본 역할은 두메마을과 대청호 사이에 존재하는 완충지대다. 마을에서 대청호로 흘러드는 배오개천이 이곳에서 자연정화가 된다. 천고마비의 계절, 정자에 앉아 바람의 소리를, 습지를 거닐며 출렁이는 억새의 율동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전망좋은곳 가는길. 가을정취를 느낄 수 있는 트레킹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전망좋은곳 가는길. 가을정취를 느낄 수 있는 트레킹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전망좋은곳에서 본 대청호.
전망좋은곳에서 본 대청호.

◆ 대청호오백리길 2구간의 숨은 보석 ‘대청호 전망 좋은 곳’ 
찬샘마을에서 약 4㎞의 임도를 지나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대청호 전망 좋은 곳’이다. 이곳은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대청호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이 계절, 발밑의 대청호에도 같은 모습으로 그려져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잔잔하고 고요한, 그리고 아름다운 느낌은 지친 마음에 다시금 활력이 돌게 한다. 
‘대청호 전망 좋은 곳’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이곳을 향해 걸었던 임도에서도 수많은 매력을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 코스로 손꼽는 곳이기도 한 이 임도에선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신비로운 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최근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폭신함을 전달해준다. 

 

성치산성 일부. 동구 제공
성치산성 일부. 동구 제공
노고산성의 일부. 허물어진 성벽의 모습에서 백제역사의 흔적을 읽어낼 수 있다.
노고산성의 일부. 허물어진 성벽의 모습에서 백제역사의 흔적을 읽어낼 수 있다.
노고산성에서 본 대청호.
노고산성에서 본 대청호.

◆ 백제의 눈물 ‘성치산성’과 ‘노고산성’ 
대전시 기념물 제29호 성치산성(城峙山城)은 동구 직동 성치산(210m) 정상부에 있는 산성으로 평면 형태는 긴 타원형이다. 성벽의 둘레는 160m 정도이고 폭은 4.3m인데 거의 허물어져 원래의 모습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수준으로 동북쪽 성벽에서 남쪽 성벽에 이르는 부분에만 일부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성벽은 겹으로 쌓았는데 바깥 성벽의 높이는 2.4m이고, 안쪽에는 1∼2단의 석축이 있음을 확인했다. 성벽은 반듯하고 납작한 돌의 앞면을 맞추어 가로 쌓기를 했고, 현재 남문터가 남아 있는데 폭은 3m 정도다. 성 안의 중심부에는 한 단 정도 높은 작은 봉우리가 솟아있는데, 장수가 높은 곳에서 지휘하던 장대터인 것으로 보인다. 봉우리 중앙에 지름 6.2m 가량 움푹 들어간 곳이 보이는데, 봉수대 혹은 저장시설의 흔적으로 확인됐다. 
노고산성(老姑山城, 대전시기념물 제19호)은 동구 직동 뒷산인 노고산(250m) 정상부에 있는 산성이다. 남북쪽으로 장축을 이룬 타원형의 퇴뫼식 산성으로 성 둘레는 300m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성벽의 대부분이 허물어져 그 윤곽만 확인할 수 있다. 남쪽 성벽의 일부만 남아 있고 성벽 한 곳에서 폭 2.3m의 문터가 확인됐다. 노고산의 이름은 산 정상부에 위치한 ‘할미바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찬샘정. 대청댐으로 인해 수몰된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조성된 정자.
찬샘정. 대청댐으로 인해 수몰된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조성된 정자.

 

◆ 실향민의 마음 달래는 ‘찬샘정’ 
찬샘정은 대청호 조성으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1999년 동구가 조성한 정자다. 예부터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얼음처럼 차고 시원한 샘물이 솟아나는 찬샘이 있는 마을이라는 찬샘내기(냉천동, 냉천골)에서 찬샘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대청호반과 천혜의 자연경관이 조화되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신선한 고향 향기를 전해준다. 
찬샘정의 또 다른 매력은 정자에 앉아 대청호를 바라보면 눈길 닿는 곳곳이 모두 그림이 된다는 거다. 푸른 대청호와 겹겹이 놓인 산과 드넓은 하늘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게 없다. 먹구름이 가득한 날에는 한편의 수묵화처럼, 햇살 가득한 날엔 알록달록한 수채화처럼 느껴진다. 
글·사진=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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