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토닥토닥 대표

[금강일보] 대한민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내달 22일 착공에 들어갑니다. 지난 2013년 대전의 장애어린이가족에서 시작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건립 바람은 시민들의 공감과 운동으로 이어졌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대전시장의 공약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대한민국 100대 국정과제가 됐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기적으로 말하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처럼 얘기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꿈같던 기적이 눈앞에 펼쳐질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우리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합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병원 하나를 세우는 일이 아닙니다. 이는 첫째로 대한민국에 소아재활의료체계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소아재활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기관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단지 개별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의 재활의료기관, 공공의료기관들이 연계하고 소아재활수가개선을 통한 의료기관의 확대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둘째로 장애어린이에 맞춘 재활과 치료, 교육과 돌봄의 통합적 접근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장애어린이에게 이것들은 필수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선택을 요구받았습니다. 특히 장애학생은 교육과 치료는 병행하기 어려워 교육을 포기하거나 지속적인 치료가 중단돼 학업에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치료와 교육, 돌봄의 통합모델을 제시하며 장애어린이에 대한 사회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입니다.

세 번째로 공공의료의 가치를 세우고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민간병원은 수익성을 이유로 소아재활을 기피했고, 정부는 무관심으로 모른 척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역에 병원 하나가 없어서 어린이들이 재활난민으로 떠돌며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이들에게 공공은 없고 국가는 멀리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공공의료를 통해 어린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일입니다.

네 번째로 장애어린이 당사자가 수년간 거리로 나와 이뤄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확정됐을 때 한 부모가 한 말이 있습니다. “드디어 대한민국이 장애어린이를 국민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이들은 거리로, 국회로, 시청으로, 보건복지부로, 청와대로 찾아나섰습니다. 그 중에서 매년 개최된 기적의 마라톤은 중증장애어린이들이 전세계에서 가장 참가한 대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면서 사회가 제대로 답해주기를 기다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이 장애어린이 건우에게 약속한 일의 의미를 정부가 제대로 이해하길 바랍니다.

다섯 번째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민관이 함께 협력해서 만들어지는 병원입니다. 시민이 이끌어냈고 정부와 지자체가 받아들여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민관의 협력은 건립과 운영의 핵심입니다. 그렇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전문가 의견이라는 것을 앞세워 당사자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지역에서 발벗고 나서는데 지자체와 정부는 예산 문제로 핑퐁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협력을 명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 법적 근거를 마련해 필수엔진으로 삼아야 합니다.

최근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작이다'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이 책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운영모델을 제시하며 시민들의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나아가 21대 국회에서는 오는 18일에 현역의원 16명으로 구성된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건립 추진 의원모임이 발족한다고 합니다. 올해 내 관련 법안 통과와 예산 처리를 기대하게 되는 움직임입니다. 내달 예정인 대한민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기공식이 그 의미를 제대로 살려 새로운 시작을 알릴 수 있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