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중 식
대전경제뉴스 대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세종시 첫마을 2단계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 되고 있다. 1단계에 이어 올 6월 말 2단계 4278가구 입주가 시작된다. 입주자들은 사전점검을 마치고 본격적인 입주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5월 말 현재, 현장에서는 ‘입주자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중도금과 잔금 대출을 위해 시중은행에서 출장 나온 직원들이고, 또 하나는 리모델링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인테리어 업자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자의 경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그리고 대출금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등 비교적 비교분석이 가능하다. 반면, 후자의 경우 자신들이 선택한 인테리어 비용이 적정 수준이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5월 중순 일제히 공개한 현장에서는 일찌감치 선모델(일명 구경하는 집)을 차려 놓고 손님을 맞는 업체가 많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입수했는지 예비입주자들에게 구경하는 집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문의하는 문자메시지도 잇따르고 있다.

준공 전, 리모델링은 엄연한 불법이라는 규정은 차치하고라도 이들 업자들에게 입주자 명단까지 유출된 경로와 입주 전 선모델을 차려 놓은 자체도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이들이 제시하는 가격과 조건 등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해당 업자에 확인해 본 결과, 45평형 기준 리모델링 가격은 4000만 원선. 이중 60%는 인테리어 업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40%는 예비입주자가 부담하는 몫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물론 이들이 제시한 조건은 2달여 동안 소요되는 공사와 전시기간을 달라는 것. 거기다 친철하게도 해당 기간동안 관리비와 제세공과금은 자신들이 부담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 업자가 제시한 가격이 타당한 지에 대해 한 전문인테리어 업자에게 확인한 결과, 돌아온 대답은 씁쓸했다. 어떤 자재를 쓰고 어디까지 손을 댈 것인가에 대한 것을 먼저 알아야 하지만, 신규 공급되는 물량 대부분이 확장이 된 상태에서 해당 업체가 제시한 가격은 과한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선모델 아파트의 인테리어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이야기다.

인테리어 업체와 포털사이트 등을 종합 검색해 본 결과, 인테리어 비용의 가격 차이는 최대 2배 이상 벌어졌다. 블라인드와 벽지는 물론, 자동중문과 몰딩, 강화유리와 빨래건조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물론,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해당업체에서는 최고급 자재만을 쓴다고 일축했다. 더욱이 자신들이 브랜드를 걸고 하는 만큼 타 업체와는 비교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차별화되었다는 답변을 꺼내 놨다.

하지만 가격이 들쑥날쑥하다는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선모델 피해사례 중 A/S 부족과 원하는 컨셉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도 지적된다. 업체는 실속보다 외양에 더 신경을 써 모양내기에 치중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모델 자체가 2~3개월의 짧은 임대기간에 모든 일이 이뤄지기 때문에 해당업체가 철수하고 나면 A/S를 둘러싼 시비가 비일비재하다는 것도 문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예비입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전점검 기간 동안 예비입주자 모임을 결성하고 회원 모집에 나섰다. 입주 전 하자부분에 대한 정보교환은 물론 자체적으로 인테리어에 필요한 것들을 공동 구매하려는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입주자 공동시설인 놀이터와 휴게 공간 등에 대한 부분까지 살피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살 집은 5일장에서 거래되는 덤이나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1+1행사’ 상품도 아니다. 절반도 되지 않는 비용에 인테리어를 했다는 것과 준공 후 치러야 할 ‘뒷감당’ 중 어느 것이 더 큰 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고 선모델을 선호하는 입주자라면 ‘구경하는 집’은 말 그대로 ‘구경만 하는 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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