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 주재기자

이건용 <공주 주재>
이건용 <공주 주재>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권력은 인간을 타락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들이 권력을 갖게 되면 권력을 타락시킨다.”

영국의 극작가 겸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다. 영국 역사가 액턴 경은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갈파했다.

권력을 가진 자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국가도 사회도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치권력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누구나 제대로 행사되길 고대한다.

의회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다.

어제 공주시의회가 한편의 로맨스 드라마를 연출했다. 집행부와의 열애(?)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후벼 팠다. 한편으로는 달달할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거수기 의회’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마지막 추경이 단 한 푼도 깎이지 않고 통과됐다. 계수조정 과정에서 단 한 건의 삭감조서도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실로 ‘해괴망측’한 일이다.

하물며 예산안 심사 전부터 “삭감은 없을 것”이란 말이 나돌았다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미 각본이 짜여 있었다니 ‘짜고 치는 고스톱’도 이 정도면 역대급으로 어안이 벙벙해진다.

단 한 푼이 아쉬운 집행부로썬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는 게 상례다.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런데 273억 원에 이르는 추경은 속전속결로 싱겁게 끝났다.

아무리 ‘짬짜미’ 예산이라고는 하지만 해도 너무했지 싶다. 집행부와 의회 간 공조가 긴밀하다 못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대응과 서민경제 부양을 위한 예산이 대부분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겠지만, 소모성?선심성?전시성 예산 및 불요불급한 예산과 전년도 답습의 점증주의적 예산편성은 없었는지, 절감 가능한 경비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폈는지 의문부호가 찍힌다.

깎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면, 무조건 세워주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집행부의 요청에 순순히 따라만 간다면 의회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이냐고 물을 수밖에.

“같은 당이라고 해서 절대 거수기 노릇은 하지 않겠다”, “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 역할만 해서는 결코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없다”, “거수기 의회가 아닌 할 말은 하는 의회로 만들겠다”. 여타 기초의회 의원들의 취임 일성으로, 공주시의원들과 대비된다.

부산의 한 기초의회는 견제와 감시 역할을 포기한 채 구청장의 거수기로 전락해 주민의 이익이 침해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의회 해산을 제안하기도 했다.

만일 시의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제대로 견제했다면, 4년간 피해자의 수차례 문제제기가 그토록 쉽게 묵살되진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새겨야할 대목이다.

누구나 선택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선택의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오래전 유행했던 광고 카피다.

나라와 지역사회 발전은 위정자들의 지혜로운 선택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 아니다. 위정자의 선택은 백성들의 평안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시민들은 이렇게 기도한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게 하지 마시고, 정치가 국민 걱정을 하게 하소서.”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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