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소상공인들에게 2020년은 말 그대로 ‘지옥 같은’ 한 해였다. 지난해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1년 남짓의 시간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높아질 때마다 그들의 삶은 큰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개미 군단 역할을 하는 소상공인들이 다시금 힘을 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직격탄 맞은 소상공인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사업 환경이 악화됐다는 응답은 63.7%로 나타났다. 사업 경영 현황 중 매출 변화가 가장 높았고, 전년 대비 ‘매출이 줄었다’는 응답이 70.8%를 차지한다.

실제 소상공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 수준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1차 유행시기던 지난해 2~3월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80% 수준으로 떨어졌고, 2차(8월 말~9월) 때에는 75% 내외였으며 11월 말부터 시작된 3차 유행 시기에는 68%까지 줄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업종이 보다 큰 피해를 입었다. 노래연습장의 경우 1차 유행시기에는 전년 동기 57%, 2차 때는 36%, 3차 때에는 6%까지 떨어졌다. 일반 식당은 1차 59~72%, 2차 69~78%, 3차 52%까지 하락했다.

소상공인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건 바로 ‘임대료(68.8%)’다. 또 인건비(54.1%)와 각종 세금(50.6%)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 정부가 여러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그 수준이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53.5%로 절반을 뛰어 넘는다. 근본적인 해결책보다 일시적 지원에 불과하다(45.9%)거나, 지원금이나 혜택이 기업 수요에 비해 적다(39.3%)는 이유에서다.

‘매달 임대료, 인건비, 세금 등만으로도 1000만 원 가까이 되는데, 그동안의 누적 손해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거나, ‘지원금이 가뭄 속 단비인 것은 맞지만 희망을 심기에는 역부족이다’라는 불만이 쏟아진다. 더욱이 ‘아무리 저리라도 빚은 빚이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빚만 늘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는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는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결국 빚을 내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의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말 기준 72조 580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사상 최고치다. 특히 인건비, 이자, 재료비 등 1년간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뜻하는 운영자금 비중은 81.3%로, 전산업 평균(72.2%)보다 9.1%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코로나19와 자영업 명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개업한 점포 수 보다 폐업이 많았던 업종·업태는 PC방, 당구장, 골프연습장, 노래방, 이발소, 목욕탕, 유흥주점 등이다. PC방의 경우 이 기간 개업 신고건수가 1722건이나 폐업은 2746건을 기록했다. 당구장은 개업 468건의 세 배인 1415곳이 문을 닫았고, 노래방은 개업 288건의 4배 수준인 1118건, 단란주점도 개업 114건의 다섯 배에 가까운 512건이 폐업 숫자로 기록됐다. 이 같은 통계가 코로나 2차, 3차 대유행 이전의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해 하반기 소상공인 폐업 속도가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란 관측이 그리 잘못돼 보이지 않는다.

◆ 중장기 대책 통해 희망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가 금융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그들의 근심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근심은 임대료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소상공인 임대료 현황 실태조사’ 결과 소상공인 95.6%는 사업장을 ‘임대’하고 있으며, 89.4%가 월 임대료에 대해 ‘부담’된다고 답했다.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임대료 직접 지원’(48.1%)을 바란다. 여기에 ‘임대인 세제 지원 방안으로 착한 임대인 운동 활성화(14.1%)’와 ‘정부·지자체·공공기관 소유 점포의 소상공인 임대료 인하(13.3%)’, ‘임대료만을 위한 금융정책 프로그램 개발(10.9%)’, ‘특정 기간 임대료 납부 유예(8.6%)’,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의 소상공인 상가 직접 분양(5.1%)’ 등의 임대료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절대다수는 임차인으로 89.4%가 현재의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상공인의 48.1%는 ‘정부의 임대료 직접지원’을 가장 바라는 것으로 조사돼 이 부분과 관련된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임대료를 포함해 최대 300만 원을 지원키로 했다. 매출이 급감하거나 영업 제한, 영업 금지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100만~200만 원)에 임대료 직접 지원 명목의 100만 원 안팎을 더한 금액을 의미한다. 당초 임대료 강제 인하 방안 등을 검토했으나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 재정으로 임차료를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거다. 아울러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낮춘 ‘착한 임대인’에 주는 세제 혜택도 늘리기로 했다. 상가 건물주가 임차인인 소상공인의 임차료를 깎아주면 인하액의 50%를 소득·법인세에서 세액공제 해주는데 이를 70%로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세심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상공인 안에서도 배달에 의존하는 업종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적고 오프라인 대면 위주 업종의 상황이 심각하기에 업종, 규모별 타격을 파악해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다. 타격 정도가 심할 경우 직접보조 형태로 소득 보전을 할 수 있고, 사업체 운영을 위한 대출도 금리가 실질적인 혜택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소비 파이가 작아지고 소비 트렌드도 변화하면서 영세·고령 자영업자는 정리되고 경쟁력 있는 자영업체는 생존하는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며 “살아날 가망성이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무리한 재정 투입보다는 폐업 지원과 업종 전환을 돕고 국가복지시스템에 흡수하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지역의 한 소상공인은 “코로나19로 시름에 빠진 소상공인들에게 재기의 희망을 주고,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청결과 친절로 국민과 시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간절히 바랐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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