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진
천안나래한의원 원장

태어나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필히 성기를 확인해야만 한다. 외모상으로 딸과 아들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자들은 평생 사용할 일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젖꼭지를 여아들과 똑같이 달고 태어난다.

진화론을 생각했을 때 어째서 남자의 유두가 아직도 퇴화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납득하기 힘든 일이지만 어쨌든 태어나서 일정기간동안 남녀는 성기를 제외하고는 외관상 구분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어느 정도 성장을 해서 초등학교 학생정도가 되더라도 여전히 남자아이들에게 치마를 입히고 머리라도 묶어주면 다 비슷비슷하다.

여자아이라도 머리 좀 짧게 잘라주면 역시 별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조금 벗어나는 내용이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아동 성애자는 성별을 구지 따지지 않는다)

심지어 분홍레이스치마에 머리띠를 해 줘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씩씩한 장군감’ 소리를 들어 엄마를 속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2차 성징의 시기가 되면 상황이 급격히 변한다.
한의학 최고(最古)의 원전이라 불리는 ‘황제내경’의 이론에 따르면(물론 이해하기 쉽도록 현대적으로 풀어쓴다면) 남녀가 14~16세에 이르면 2차 성징의 시기가 찾아오는데, 생식기의 형태와 기능이 대폭적으로 성인과 같은 수준으로 향상된다.

사실 이 시기는 완전히 성인과 같다고 볼 수 없으며 약 21~24세에 이르면 완벽한 성인의 틀을 가지게 된다.

또 이 시기에는 ‘양명’이라 칭하는 신체활동의 요소가 발달하여 상체로 치받아 올라가며, 남녀의 장부구조가 다르기 때문에(자궁의 유무 등) 남성은 위쪽으로 계속 올라가 수염이 자라게 되고, 여성은 흉격에 머무르며 유방을 부풀게 만든다.

따라서 이 시기 이전에 남자가 거세를 당하면 수염이 자라지 않고, 여자가 자궁을 잃으면 유방이 발달하지 않는다.

얼굴의 형태, 근육의 양, 골반의 구조 등 수많은 차이점 이 시기에 나타나기 시작하나 역시 여성의 외모는 발달된 유방으로서 구분된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2차 성징이 막 지난 청소년들의 가슴은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으며 아직 7~8년간은 더 발달돼야 하고 섹스, 임신, 육아 등에 본격적으로 사용할 시기가 아니다.

과거 사회풍조에 대해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조혼(早婚)은 분명 한의학적으로 권장사항이 아니었으며 어린나이에 시집을 보내더라도 각방을 쓰게 했다는 사례는 자주 보여지는 것으로 보아 실제 합궁은 완전히 성인이 된 이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과거나 현재나 청소년기는 아직 성생활을 할 시기가 아니다.
20대 초반이 되면 이제 성인이 된다. 현대 이 시기 여성의 대부분은 성생활을 누린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실제 여성클리닉의 상담을 목적으로 내원한 미혼의 환자와 대화하다 보면 자신의 성생활을 꼼꼼히 설명하면서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산부인과의 경우에는 처녀막 재생수술이 거의 사라지고 있으며 사후피임약의 처방요구가 많다고 하니 현대의 미혼여성의 개방적인 성생활을 가늠할 수 있겠다.

이렇게 성인이 된 미혼여성의 가슴은 성적매력을 어필하는 주요한 수단이 되며, 성기만큼이나 확실한 성감대에 속한다.

C컵 이상의 여성이라면 ‘파이즈리’와 같은 특수한 체위에 직접적으로 사용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기혼자라 하더라도 임신전이라면 마찬가지의 용도가 된다.

임신을 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임신 전에는 전희 시 다양한 방법으로 유방을 애무할 것을 요구하던 부인들도 임신과 동시에 180도 바뀐 입장이 되어 버린다.

대부분의 임산부는 남편이 가슴에 손대는 것도 거부한다. 유방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에 의한 것이다.

유방자극으로 홀몬 분비에 이상이 발생해 유산이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을 따로 배운 적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엄마의 본능은 아이의 아빠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유방을 자극하는 것을 거부하라고 지시한다. 그냥 짜증이 난다.

출산이 임박하면 또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근래에는 모두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하므로 주사제가 준비돼있지만 과거 ‘매파’라 불리는 아이 많이 받아본 할머니를 데려와 집에서 출산하던 시기에는 재미있는 상황이 있었다.

난산의 조짐이 보이면 문밖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며 안절부절못하는 아이 아빠를 불러들여 산모의 유두를 빨게 했다.

여성의 유두는 ‘궐음경’이라 불리는 경락에 의해 자궁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유두를 자극하면 자궁을 수축시켜 순산을 돕기 때문인데 이는 현대의학의 ‘옥시토신’ 호르몬 분비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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