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 공명에게 머리를 숙이다.(1)

화살이 다 바쳐지자 공명이 주유를 찾아갔다. 주유도 장막 아래까지 내려와 공명을 맞이하며 높이 치하하기를
“와룡선생의 뛰어난 재간은 과연 사람을 감복하게 합니다.”
“기껏 속이는 계책을 뭐 그리 신기하게 생각하십니까?”
공명이 공손하게 답하자 주유가 준비한 사과의 술을 대접하며 말하기를
“어제 저희 주군께서 조조를 치라는 전갈이 왔습니다만 아직 제가 계책이 서지 못했으니 와룡선생이 가르침을 주십시오.”

“변변치 못한 제갈양이 무슨 특별한 묘책이 있겠습니까?”
“어제 조조의 진을 살펴보니 모든 것이 법도가 있어 보여 함부로 공격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계교가 있습니다만 어찌해야 좋을지 와룡선생께서 단안을 내려주십시오.”
“참으로 그러하시다면 이렇게 해보시면 어떨지? 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이 각자 생각을 손바닥에 적어 서로의 의견을 확인해 보자는 것입니다.”
“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주유가 찬동하여 붓과 벼루를 가져와 먼저 자기 손에 글을 쓰고 붓을 공명에게 주어 쓰게 하였다. 공명도 손바닥에 글자를 썼다. 두 사람이 가까이 앉아 동시에 손바닥을 펴 보이고 함박웃음을 웃었다.
두 사람의 손바닥에는 똑 같은 불화(火)자가 씌어 있었다. 이를 확인하고 주유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하기를
“저희 두 사람의 의견이 서로 같으니 더 이상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이 일은 가슴에 묻어 둡시다.”
“우리 두 사람이 힘을 합하여 하는 일인데 밖으로 셀 이유가 있겠습니까? 내 생각에는 조조가 우리에게 두 번씩이나 당했으니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방비할 것입니다. 도독께서는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십시오.”

두 사람은 술자리를 파하고 헤어지는 이 일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노숙마저도 알지 못했다.
한편 조조는 까닭 없이 화살 15~6만대를 잃고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했다.
순유가 계교를 말했다.
“강동에 주유와 제갈양이 있어서 쉽게 격파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선 사람을 강동으로 보내어 거짓 항복을 하게 하여 그곳 사정을 자세히 파악한 후에 따로 방도를 취하는 것이 옳을까 합니다.”
“그래, 그대 말이 내 뜻과 같네. 자네는 누구를 보내어 이 계교를 성공시킬지 생각해 보았나?”

“승상, 채모가 전번에 군령을 받고 억울하게 죽은 사실을 동오에서 짐작하고 있을 것입니다. 채씨네 일가들이 아직도 다 군중에 있습니다. 그 중에 채중과 채화가 부장으로 있습니다. 승상께서 이들에게 특별한 은혜를 베풀고 결탁하시어 이들로 하여금 거짓 항복케 하면 동오에서 의심치 아니할 것입니다.”
조조는 순유의 말을 따라 그날 밤 은밀히 채중과 채화를 장막으로 불렀다.
“너희 두 사람은 심복 몇 명을 거느리고 동오에 가서 거짓 항복하는 척하라! 그래서 밀종 노릇을 충실히 하라! 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중한 상으로 보답할 것이다. 그러니 두 마음을 갖지 마라!”

“승상, 저희 처자가 다 형주에 있는데 어찌 딴 생각을 품겠습니까? 승상께서는 조금도 의심치 마십시오. 저희 형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주유와 제갈양의 목을 베어 승상께 바치겠습니다.”
조조는 채씨 형제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이튿날 형제는 5백여 군사를 배에 태우고 남쪽으로 향하여 노를 저었다.
이 때 주유는 조조를 쳐 부실 작전계획을 짜다가 강북의 군사가 투항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주유가 투항한다는 장수를 부르니 두 사람이 절하고 울면서 호소하기를

“저희는 채모의 아우 채화와 채중입니다. 가형이 까닭 없이 조적의 손에 죽었습니다. 이 분하고 원통한 사실을 어디에 호소하리요. 우리 형제는 형님의 원수를 갚고자 이렇게 투항하러 온 것입니다. 원컨대 저희를 거두어 주시고 철천지한(徹天之恨)을 풀게 도와주십시오.”
주유는 크게 기뻐하며 두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고 곧 감녕에게 명하여 선봉대에 배치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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