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중.채화 형제의 거짓 투항(1)

채중, 채화 형제는 주유가 잘 속이 주었다고 좋아 했다. 조조의 계책이 성공한 것으로 믿은 것이다. 형제는 주유에게 절하고 물러나왔다. 그들이 나가자 주유가 감녕을 은밀히 불러 말하기를
“저 두 놈은 가족을 데리고 오지 않았으니 투항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이오. 조조가 첩자로 보낸 것이 틀림없소. 나는 계교를 가지고 계교를 차리는 장계취계하는 방법을 써서 저자를 통하여 저편의 소식을 탐지할 작정이오. 감장군은 은근히 저들을 우대하나 마음속으로 방비하고 경계를 늦추지 마시오. 저들은 그렇게 두었다가 우리가 출병하는 날 승전을 비는 제물로 쓰겠소. 신중히 다루어 실수 없도록 하시오.”

감녕은 주유의 세세한 명령을 받고 물러갔다. 채중과 채화가 투항했다는 말을 듣고 노숙이 주유를 찾아와 간하기를
“채중, 채화가 투항한 것은 분명 속임수입니다. 속지 마십시오.”
주유가 노숙의 말에 일부러 큰 소리로 꾸짖기를
“저들의 형이 조조에게 죽어 원수를 갚고자 왔는데 뭐가 속임수란 말이요? 그대처럼 의심이 많아서야 어떻게 천하의 선비들을 다 받아들이겠소?”

노숙은 대답을 못하고 주유에게서 물러나와 공명에게 가서 주유를 만난 일을 말했다. 공명은 노숙의 말에 대답은 아니 하고 웃기만 하니 노숙이 발끈하여
“와룡선생은 왜 사람을 두고 웃기만 하오?”
“자경이 주유의 계략을 이해치 못하니 웃을 수밖에요. 지금 이 전선은 양쪽이 서로 거리도 멀고 큰 강이 가로막혀 첩자를 부리기 어렵소. 그러니 조조는 채중과 채화를 거짓 항복케 하여 우리 일을 정탐하려 드니 공근은 장계취계로 저편 소식을 정탐하려는 것이오. 병법에 <싸움 중에는 적을 속여도 죄가 아니다.(兵不厭詐)>라 하였소. 전쟁을 할 때는 적을 속이는 것이 부도덕한 일이 아닌 것이오. 이제 주공근의 뜻을 아셨습니까?”

호인이고 군자인 노숙은 이제야 깨달았다.
한편 주유는 밤에 작전을 짜느라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황개가 찾아 왔다. 주유가 찾아온 황개에게 묻기를
“황장군이 이 밤에 나를 찾아왔으니 분명코 좋은 일이 있나 보군요? 무슨 일인지 말해 보시오?”
“도독! 조조는 군사가 많고 우리는 적으니 오래 버티기 힘듭니다. 그런데 왜 화공법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누가 그런 계책을 말하였소?”

“저 황개의 생각이지 남이 가르쳐 준 것이 아닙니다.”
“나도 그런 생각으로 채중. 채화의 거짓 투항을 받아드려 그들에게 역정보를 흘리고 있소. 그런데 우리도 누군가를 보내어 거짓 투항을 시켜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오.”
“도독, 그 일이라면 황개가 적임입니다. 저를 써 주십시오.”
“투항해 가려면 허다한 수모와 고통을 당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연후에 조조가 믿을 것이니 그 고통을 어떻게 장군이 견디어 내겠습니까?”

“나는 파로장군 손견 때부터 3대 째 은혜를 입은 몸. 간과 뇌를 빼내어 땅에 발라 은혜를 갚는다 해도 부족한 몸이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유는 황개의 말에 감동하여 일어나 절하며 말하기를
“장군께서 그 같이 어렵다는 고육계의 제물이 되신다면 우리 강동은 더한 다행이 없을 것입니다.”
“도독! 이 황개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이렇게 황개는 결의를 굳히고 바람처럼 의연히 사라졌다.

이튿날 주유는 크게 북을 울려 여러 장수들을 장막으로 불러들였다. 공명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주유가 목청을 가다듬고 열을 올려 영을 내리기를
“조조가 1백만 대군으로 3백여 리에 뻗어 있어 하루 동안에는 그들을 격파하지 못하오. 지금부터 여러 장수들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쓸 수 있는 군량미와 말먹이 풀을 준비하여 적을 막는데 만반의 준비를 갖추시오.”

주유의 엄한 영이 떨어지자마자 황개가 말 따먹기 식으로 달랑 나서며
“내 생각에는 석 달은커녕 30개월을 쓸 양초를 준비한다 해도 조조의 군사는 대적하지 못합니다. 만약 이 달 안에 조조를 무찔러 볼 테면 해보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차라리 장자포의 주장대로 갑옷을 벗고 칼을 거꾸로 하여 조조한테 항복하는 것만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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