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이어폰 꽂고 화면 조작까지
노이즈 캔슬링 기능 더해져 더 위험

[금강일보 유상영 기자]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보행하는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를 결합한 신조어)와 더불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보행하는 ‘블좀족’까지 나타나면서 교통안전이 더욱 위협을 받고 있다. 블좀족은 눈과 귀를 다 가리는 것이어서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4~2016년 국내 보험사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의 분산 보행 시 음악 청취, 통화 등 이어폰을 꽂고 보행하는 비율은 50.4%로, 문자전송 등 휴대폰 조작(40.9%)보다 높았다. 특히 휴대폰 화면 조작보다 보행자의 행위 연속성을 차단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 청취(17.1%)나 휴대폰 통화(13.9%)를 하면서 무단횡단하는 비율(31%)은 휴대폰을 조작하면서 무단횡단(14.2%)하는 비율의 두 배에 달했다.

블루투스 이어폰이 생활 속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뒤따르고 있다. 이어폰은 점점 작아지고 있고 보행자는 주변 소음에 둔감하기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전화통화 및 음악을 크게 듣거나 흘러나오는 소리에 집중하게 되면서 차량이 접근하는 소리·경적 소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운전자는 육안으로 무선이어폰을 착용했는지 구분이 어려워 보행자가 갑자기 방향 전환을 하면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최신형 블루투스 이어폰엔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기능까지 장착되면서 위험성이 더 가중되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은 외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상쇄하거나 감소시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더욱 집중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소비자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지만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 조작까지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보행 패턴이 무너지게 된다”며 “주변 환경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음악 소리를 줄이거나 한 쪽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외부 소음이 차단되기 때문에 보행자는 물론 운전자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운전자들도 요즘은 차량 내부의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하지만 이어폰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주변 교통상황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비가 내릴 땐 시야도 좁아지는 데다 주변 소리까지 듣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고 강조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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