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중. 채화 형제의 거짓 투항(2)

황개의 장황한 설명을 듣고 있던 주유는 얼굴이 갑자기 붉게 변하더니 벽력같이 외쳤다.
“주군의 크신 명을 받고 군사를 독려하여 조조를 치려는 판에 이 무슨 망발이냐? 감히 조조에게 항복하자는 말이 될 말이냐? 당장 네 목을 베겠다. 지금 양안이 싸움 직전의 판인데 네놈이 함부로 입을 놀려 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렸으니 네놈의 목을 베어 군령을 바로 잡지 아니할 수 없다!”
호령이 떨어지자 좌우에서 장수들이 나와 황개를 붙잡았다. 그러나 황개는 더욱 악을 쓰며 말하기를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파로장군 손견 때부터 지금까지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내 감히 어디서 와서 나한테 이따위 수작을 부리느냐!”

“저놈은 대도독의 영도 몰라 본 놈이다. 빨리 끌어내어 목을 쳐라!”
이 때 감녕이 앞으로 나와 간하기를
“황개는 우리 동오를 오래 섬긴 신하입니다. 관용을 베푸시기 바랍니다.”
“감녕, 네놈도 그 따위 망발에 편승하여 법도를 어기려 하느냐?”
주유가 먼저 감녕을 쫓아내라 불호령을 내리니 여러 장수들이 몽둥이를 휘둘러 감녕을 쫓아내려하자 감녕이 엎드려 주유에게 간하기를
“황개가 죽어 마땅할 죄를 졌으나 그를 지금 죽여 버리면 군사행동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하오니 우선 관용을 베푸시어 죄목만 기록해 두었다가 조조를 격파한 뒤에 참형에 처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주유의 노기는 눅어지지 않았다. 이에 여러 장수들이 한 목소리로 용서를 빌자 주유는 비로소 노기가 가신듯 하더니 입을 열어
“여러 장수들의 낯을 보아 죽음만은 면해 주겠다. 장 1백대를 쳐라!”
여러 장수들이 다시 용서를 빌었다. 황개와 같은 노령에 장 1백대는 과한 것으로 여긴 때문이다. 그러나 주유는 탁자를 치면서 빨리 장 1백대를 치라고 소리소리 질렀다.
“철퍼덕. 철퍼덕.”

황개를 형틀에 묶고 곤장을 치는 소리가 가슴 아프다. 황개는 아픔을 못 이겨 죽을 듯 고함을 질렀다. 장수들은 황개의 처참한 꼴을 더는 볼 수 없어 다시 주유에게 용서를 빌었다.
“도독! 황개가 곤장 50도를 맞았습니다. 곤장을 더 치면 황개는 죽습니다. 목숨만은 붙여 주십시오. 이만 하면 황개가 자기의 죄상을 뉘우쳤을 것입니다. 잠간 매를 멈추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주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손을 들어 황개를 가리키며
“네놈이 감히 나를 작게 보느냐? 남은 곤장 50도는 적어 두었다가 만약에 또다시 태만하면 그 죄와 함께 남은 매를 맞으리라!”

주유는 말을 마치고 분을 못 이겨하며 장중으로 사라졌다.
주위에서 황개를 일으켜 세우니 볼기가 터져 붉은 피가 좔좔 흘러 내렸다. 업어서 본대로 돌아가니 몇 번인가 기절하였다. 사람들이 찾아와 위문하였으나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 보는 사람마다 그 형상의 처참함을 보고 눈물을 지었다. 황개는 마치 귀신의 형용 그것이 되었다.
노숙도 황개를 문병하고 제갈공명을 찾아가 묻기를
“오늘 공근이 지나치게 노하여 황개를 책망하는데 너무 심했소이다. 우리는 모두 공근의 부하이므로 얼굴을 들어 바른 말로 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와룡선생께서는 손님이신데 한마디 말씀도 없이 모르는 척하시다니요?”

“자경께서 나를 희롱하십니까?”
“저는 와룡선생을 모시고 강을 건너온 후 한 번도 속인 일이 없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자경께서는 주유가 황개를 심하게 다룬 까닭을 일부러 모른다 하십니까?”
“그게 무슨 말이요?”
“주유가 계책이 있어 그리한 것을 내가 어찌 참으라고 권하겠소?”
“아아! 그런 속내가 있었단 말이요?”
“그렇습니다. 그런 혹독한 방법을 쓰지 않고는 조조를 어찌 속이겠소? 머지않아 주유는 황개를 조조에게 거짓 투항시켜 채중과 채화에게 이 사실을 알려 정보를 흘리게 할 것이요. 자경께서는 주유를 만나더라도 내가 한 말을 일체 비밀로 해주시오. 다만 내가 도독을 원망하더라고 전하시오.”
노숙은 공명을 만나고 다시 주유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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