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코로나19는 지역경제의 기초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단순히 수익만을 앞세운 기업을 원하지 않는다.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패러다임을 갖춘 기업이 인정받는다. 2020년 찾아온 감염병 위기는 이 같은 인식의 변화를 촉발했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노력들이 한창이다. 대전시 유망중소기업이 그렇다. 이들은 각자의 무기를 갈고 닦으며 미래를 그리고 있다. 시대 흐름을 읽는 명확한 통찰과 도전정신, 그리고 끊임없는 R&D에 기반한 기술력까지 겸비한 이들이 지속가능한 기업의 방정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연중 살펴본다. 편집자

 

한 어린 아이가 있었다. 친구들과 뛰어노는 대신 집에 있는 차고에서 공상하는 걸 즐기는 조금은 특이한 아이였다. 차고에서 안 쓰는 부품을 모아 뭔가를 만드는 게 아이의 가장 큰 취미였다. 어린 아이의 발칙한 공상, 부품을 모아 만드는 취미는 훗날 전세계 최고의 기업인 애플의 시발점이 됐다. 이처럼 그릇이 큰 사람은 ‘어디’가 중요치 않다. 여타 유망중소기업과 달리 동구 하소동에 위치한 이레테크 역시 그렇다. 우시혁(50) 대표는 현재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미래에 ‘어디’에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끊임없는 소통을 지향한다.

#. 지극히 평범한 삶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우 대표는 정말 평범했다. 남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것도, 운동을 더 잘 하는 것도 아니었다. 동네에서 흔히 볼법한 까불거리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다. 구태여 특징을 두자면 초등학교 시절 산수와 과학을 조금 더 좋아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특출난 정도는 아니었기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렇게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평범하게 거쳤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선 남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조금씩 고민하면서 남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산수와 과학에 자신이 있었기에 해당 분야로의 진학을 꿈꾸기 시작했고 그 결과 충남대 고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정말 평범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딱히 이쪽 분야에 대해 어렸을 때 생각한 적도 없고 그냥 남들보다 산수, 과학에 조금 자신 있었다는 정도에요. 그래서 관련 학과 진학을 생각하게 됐어요. 진짜 평범하죠?”

평범하게 대학을 입학해 남들과 똑같이 군대를 다녀오고 남들과 같은 시기에 복학해 졸업한 우 대표는 취업도 평범하게 했단다. 그의 첫 직장은 경기 김포에 위치한 제이오텍이라는 기업이다. 본사가 그쪽이고 우 대표가 졸업할 때쯤 대전에 공장을 신축했는데 이곳에서 R&D와 함께 영업을 병행하는 부서에 입사했다. 제이오텍은 연구실 실험 관련 장비를 취급하던 곳이었는데 대학 시절 배운 학문을 십분 활용해 적응하는덴 문제가 없었다. 월급쟁이 모두가 그렇듯 출근해서 자신의 밥값만 하는 생활에 나름 만족도 했다. 그렇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적당히 일하며 적당히 ‘농땡이’도 피웠다. 적당힌 시기에 승진도 했다. 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삶이 이어지던 입사 6년차에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찾아왔다.

 

#. 경영에 눈을 뜨기 시작하다

매일이 똑같은 쳇바퀴같은 삶이 이어지던 중 사장님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이 왔다. 고객의 공장에 불이 났는데 원인은 우 대표가 다니던 회사의 제품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이제까지 제품에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은 화마가 할퀸 흔적이 남았고 한창 국립수사연구원이 조사를 하고 있었다. 우 대표는 화재현장을 최대한 카메라에 담았다.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자신도 직접 규명하고 싶었다. 현장을 렌즈에 담고 돌아와 자체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했으나 나름 업계에서 짬밥도 먹은 데다 관련 지식도 충분히 습득했기 때문에 열의에 불탄 것이다.

그는 사장님을 안심시킨 후 자체 분석을 통해 자사의 제품이 아니라 자사의 제품 옆에 있던 타사의 제품에서 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바로 사장님을 안심시켰고 다행히 우 대표의 분석 결과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우 대표는 제법 어린 나이에 승진을 하게 됐다고. 하지만 승진의 열매는 마냥 달콤하지 않았다. 일이 늘어나서다.

“승진을 하긴 했는데 일이 엄청 많아지더라고요. 그래도 어떡해요. 일 해야죠. 중간 관리자가 되니 기존의 일을 하는 동시에 조금씩 경영 전반에도 참여했죠. 막상 이렇게 일해보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회사 내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단순한 회사 구성원이 아니라 중간관리자의 일도 하면서 경영에 눈을 뜨기 시작하자 그는 조금 더 욕심을 내보기 시작했다. 기존 연구실 실험 관련 장비만 취급할 게 아니라 더 큰 시장, 블루오션으로 진출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의 의견은 회사 사정 등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중간 관리자를 넘어 CEO의 본능이 꿈틀한 순간이다.

 

#. 직원과의 소통이 성장 이끈다

그렇게 2007년 이레테크가 탄생했다. 하지만 모든 창업 초기의 기업들이 그렇듯 판로 개척이 큰 문제였다. 초반엔 동문이나 지인들을 비빌 언덕 삼아 근근이 유지했다. 이 덕분에 기존 직장에서 주장했던 블루오션으로의 진출을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다. 연구실 실험 관련 장비와 비슷한 의료기기 시장으로 진출을 시도했고 R&D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전 직장에서 배웠던 영업 기술을 십분 발휘해 점차 판로를 확대하는 데도 성공했다. 반도체 업계로도 무사히 안착했다.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이 그의 동반자일 정도. 하지만 해당 분야의 기업이 겪는 인력 문제는 항상 따라다녔다. ‘이제 밥값좀 하겠다’ 싶은 직원들은 서울로 향했다. 우 대표는 원인을 소통의 부재라 결론지었다.

이레테크는 눈에 띄게 성장했고 비전 역시 뚜렷했으며 다양한 시장으로의 진출을 준비하는 등 미래를 항상 대비한다고 자부했으나 직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해 자신과 이레테크의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여긴 거다.

“조금씩 성장하긴 했으나 인력난은 항상 따라왔어요. 직원을 키웠다싶으면 보따리를 싸는 통에 적잖은 고민이었죠. 오죽하면 ‘이레테크에 대한 믿음이 없나’란 생각도 들었고 결국 직원과 소통을 갖고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 대표가 마인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고 직접 관련 교육을 이수하며 마인드강사란 이례적인 타이틀도 획득했다. 필리핀으로 마인드 교육을 갔다 올 만큼 그의 소통 능력은 점차 개화했다. 그렇게 직원들과 스스럼없는 소통을 지향했다. 그러자 직원들은 경력만 쌓고 서울로 향하지 않았다. 우 대표와 이레테크의 잠재력과 비전에 인생을 건 것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엔 전년보다 20% 이상 수익이 늘 정도로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다들 경영이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 사람 경영이 힘들다는 뜻입니다.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쉬운 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그들과 이야기하고 회사의 비전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고 구체적인 미래의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러면 직원들은 회사에 믿음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신뢰가 됩니다. CEO와 회사, 그리고 회사의 미래를 믿는 직원들 얼마나 큰 자산입니까?”

항상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큰 꿈을 가진 우 대표는 언제나 미래를 준비한다. 어떤 시장이 블루오션인지를 분석하고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과거엔 이런 준비를 혼자 했으나 이젠 혼자가 아니다. 뛰어난 경영 능력, 그리고 언제든 소통에 임할 수 있는 자세, 직원들의 조언을 경청하는 귀를 가진 그는 이제 직원들과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그 속에 이레테크의 더 멋진 미래가 있음을 기대하며.

글·사진=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