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육책이란 것(1)

노숙이 주유를 찾아가니 주유는 장막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노숙이 먼저 물었다.
“도독은 오늘 왜 황개를 그다지도 심하게 다루셨습니까?”
“왜요? 다들 나를 원망하던가요?”
“모두 불안해하며 떨고 있습니다.”
“공명은 뭐라고 하던가요?”
“그분도 도독을 박정한 사람이라 원망했습니다.”
“하하하. 그분도 이제야 나에게 속았구려.”

“아니, 속다니요?”
“오늘 내가 황개를 심하게 다룬 것은 계책이었소. 황개를 거짓 항복시키기 위해 먼저 그런 방법을 써서 조조를 속이자는 것이지요. 그 후에 화공법으로 조조를 친다면 반드시 우리가 승리할 것이요.”
노숙은 비로소 제갈공명의 혜안에 놀라며 혼자 중얼거리기를
‘공명은 사람이 아니다. 신인이다. 그 높은 식견을 누가 따라가리.’
속삭여 보고 주유에게는 그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한편 병상에 누운 황개에게 문병 오는 이가 그치지 않았다. 그들이 여러 가지 위로의 말을 황개에게 했으나 황개는 오로지 한숨만 내쉴 뿐 말이 없다. 그런데 참모 중 한 사람인 감택이 찾아와서 주변 사람들을 다 물리치고

“장군께서는 전에 도독과 수원진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아니오. 그런 일은 없었소이다.”
“수원진 일이 없는데 그토록 심하게 문책하셨다면 딴 계책이 있어서 생긴 일이 아닙니까?”
“감공! 그걸 어떻게 아셨소?”
“주도독의 거동을 보고 얻은 확신입니다.”
“이 황개는 3대에 걸쳐 두터운 은혜를 입은 몸입니다. 이 큰 은혜를 갚을 길이 없기에 제가 도독께 계교를 드려 조조를 격파코자 한 것입니다. 내 몸은 비록 괴로움을 당했으나 여한이 없습니다. 헌데 군중을 두루 살펴보았으나 한 사람의 심복될 사람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감공은 본래부터 충의지심이 대단한 분이므로 속마음을 털어 놓은 것입니다.”

“장군께서 실토하심은 저더러 거짓 항복문을 조조에게 바치라는 것인가?”
“바로 그렇습니다. 감공께서 거짓 항복하는 글을 가지고 조조한테 전하는 일을 맡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제가 이 일을 감당하겠습니다.”
감택은 사나이답게 흔쾌히 대답했다. 원래 감택의 자는 덕윤인데 회계 산음 사람이다. 빈궁한 가정에 태어났으나 학문을 좋아했다. 남의 책을 빌려 읽더라도 한번 본 글의 내용을 잊지 않았다. 말 재주가 뛰어났고 담력이 컸다.

손권이 초빙하여 참모로 삼았고 황개와 절친했다. 황개는 감택의 구변과 담력을 짐작하므로 거짓 항복문서를 그에게 주어 조조에게 가게 하였다. 이에 감택은 기꺼이 황개의 부탁을 들어 조조에게 가기로 하고 말하기를
“대장부가 한번 세상에 태어나 공업을 세우지 못한다면 초목과 함께 썩어버리고 말 것이다. 장군은 주군을 위해 몸까지 바치는데 감택이 어찌 하찮은 생명을 아끼겠습니까?”
황개는 아픈 몸을 일으켜 감택에게 절하며 고맙다는 말을 그치지 않았다. 그러자 감택이 맞절을 하며 말하기를

“일이란 빨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이라도 곧 떠나게 해 주십시오.” “옳습니다. 곧 떠나도록 하십시오. 항서는 이미 써 두었습니다.”
감택은 황개가 준 항서를 받아 품속에 넣고 병실을 물러나왔다. 그리고 어부 차림을 하고 일엽편주에 몸을 싣어 북편 언덕을 향하여 노를 저었다.
이날 밤은 찬바람이 부나 유난히도 달이 밝고 하늘이 맑았다. 북두칠성이 가물가물 달빛이 비추어도 아름답다.

감택은 3경쯤에 조조의 진지에 당도했다. 순시병이 감택을 붙잡아 놓고 조조에게 알리니 조조가 묻기를
“그놈이 첩자더냐?”
“외모로 보기에는 늙은 어부 같으나 자칭 동오의 참모 감택이라 하였습니다. 그는 은밀히 전할 말이 있어 왔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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