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 첫 아카데미상 수상
지역 영화계에 변화·도전 동기 부여

사진출처=연합뉴스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경쟁을 믿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의 영화에서 최고였다.”

한국 영화가 또 한 번 새 역사를 썼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들어 올리면서다. 지난해 4관왕 신화를 쓴 ‘기생충’에 이은 미국발(發) 낭보에 대전 영화계는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면서도 이 쾌거를 지역 영화 발전 동력으로 삼기 위한 오래된 고민을 상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관련기사 11면

이변은 없었다. 26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수상의 기염을 토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를 통틀어 작품이 아닌 배우가 받은 첫 상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감독상·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으나 연기상을 받지 못 했던 아쉬움을 윤여정이 시원한 한 방으로 푼 셈이다.

여기에다 윤여정 본인으로선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이자 1957년 일본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梅木 美代志) 이후 64년 만에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두 번째 아시아 여성 배우가 됐다는 점에서 연기 인생에 다시없을 통쾌한 순간이기도 하다. 시상식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윤여정은 “영화의 진심이 통한 것 같다”며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고 프로다운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힘겨워하는 지역 영화계에선 윤여정의 수상 소식이 단비와도 같다. 신종 감염병으로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와중에 고군분투하며 내놓은 작품임을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성낙원 대전영화인협회장은 “지난해 ‘기생충’, 올해 윤여정까지 세계 무대에서 한류가 더는 거품이 아님을 보여준 것 아니겠냐”며 “윤여정의 값진 수상의 의미가 지역에까지 이어져 탄탄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긴 안목으로 투자를 이끌어 내 대전 영화 인재를 육성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미나리’가 미국 독립영화였던 만큼 지역 독립영화계의 기쁨은 꽤 남다르다. 민병훈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윤여정이 이미 다양한 영화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고 다른 외부적 요인이 고려되는 게 아니라면 안 받는 게 이변이었다”며 “아시아 계통 이민자들이 정착하는 과정을 주류 영화계에서 잘 만들지 않는데 독립영화로 이를 다뤄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건 정말 축하할 일”라고 뿌듯해했다.

윤석진 대전독립영화협회장은 “윤여정 개인에게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면서 ‘미나리’ 영화 자체에 담긴 다양성이 인정받은 것”이라며 “지역 독립영화도 너무 지역성에 함몰돼 있을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새롭게 도전하고 변화를 시도했으면 한다”라고 소망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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