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길목, 1~3구간서 만난 호반의 절경
두메마을 이촌생태습지 담백한 경관 선물
부수동 가는길 서해바다 같은 절경 눈길
삼국시대때 쌓은 성치산성도 꼭 들러보고
호반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찬샘정서 힐링

근장골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모습.
근장골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모습.

큰 호수는 흘러든 물을 가리지 않는다.
만약, 물을 가렸다면 그저 그런 호수였겠지.
푸르기보다는 황량했을 거다.
그 속 깊은 줄도 몰랐을 거다.
다행히도 큰 호수는 물을 가리지 않는다.
실개천 이야기 들어주며, 금강(錦江)애환에 눈물짓고.
빗물에도 얻어맞으면서.
수 많은 물 모아 거대해졌구나!
큰 사람도 마찬가지다. 갑을 토닥이고 을을 사랑하며.
너를 이해하며.
메마른 사람보단 젖은 사람으로
속 깊은 마음 단련해가면서
그렇게 우리는 큰 호수가 되어가는 거다.
- 큰 호수 1 , 박정환

봄이 가시고 초여름을 맞이하는 시점, 푸른 잎에 멍이 들듯 빗방울이 쏟아지는 대청호에는 생명의 기운이 만연하다. 입을 크게 벌리고 빗물로 몸집을 불리는 대청호의 옆구리를 따라 걷다 보면 ‘살아 있음’이 한껏 느껴진다. 생명이 움트던 봄을 지나 만물이 성장하는 여름의 초입에 들어선 대청호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 사람 사는 냄새나는, 두메마을길
두메마을길의 특징은 사람 사는 맛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청호 물문화관에서 첫 발걸음을 떼면 가장 먼저 만나는 장소는 조망쉼터다. 대청댐을 떠난 지 얼마 되진 않은 지점이지만 운동 부족으로 인해 지쳐버린 다리에게 휴식을 선사하며 멋드러진 대청호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잠시 경로를 벗어나 얕은 둔덕을 넘어가면 로하스가족공원 캠핑장이 나타난다. 가족과 친구 단위로 몰려온 이들이 각기각색의 모습으로 ‘힐링’을 하는 곳이다. 대청호를 지근거리에 두고 생태 습지 관람을 하기 좋은 곳도 있다.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두메마을길)에 위치한 이촌생태습지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습지를 따라 걷다가 시선을 돌리면 바다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호수가 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후 도로와 데크길을 번갈아 가다보면 뒷산의 땅모양이 마치 먹는 배와 같이 생겼다 해 ‘배산’이라 불리던 배고개마을이 나온다.

#. 서해안 갯바위같은 호반, 찬샘마을길
이현생태습지가 있는 배고개마을(이현동)을 떠나 찬샘마을이라 불리는 직동으로 향한다. 직동에서 다시 구불구불한 호반길을 따라 2㎞ 정도를 들어간 뒤 쉬어갈 겸 왼편 호숫가 쪽으로 200m 정도를 들어가면 부수동 ‘대청호 전망 좋은 곳’으로 불리는 장소가 나온다. 서해 갯바위를 연상시키는 호반이 매력적이다. 성치산 봉우리에 있는 성치산성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대전시 기념물 29호인 성치산성은 삼국시대에 쌓은 성으로, 백제와 신라가 치열한 교전을 벌였던 역사가 묻어있다. 산에서 내려와 다시 길을 나와 임도를 따라 이동하다보면 대청호 풍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찬샘정이 나타난다. 다시 길을 돌아 한 시간 정도를 걸어가면 2구간 마지막 지점인 냉천종점에 도달할 수 있다.

이촌마을 전경.
이촌마을 전경.

#. 근장골 전망대와 관동묘려, 호반열녀길
대청호오백리길 3구간은 냉천골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잠깐, 마산동산성 방면으로 가기 전 왼편에 조그맣게 부설돼 있는 임도를 따라 들어가면 근장골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 본 대청호는 가히 서남 다도를 연상케 한다. 초여름을 맞은 푸른 초목의 색감이 보는 이의 눈을 놀라게 한다. 넋을 잃고 절경에 빠져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임도를 거슬러 나와 마산동산성 방면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러던 중 마산동산성 표지판이 보이는 곳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푸른 대청호가 펼쳐진다. 냉천골 삼거리에서 왼쪽길로 접어들어 20분을 들어가면 관동묘려를 만날 수 있다. 관동묘려를 둘러본 뒤 돌아나오는 길, 대전 최초의 사회복지시설인 미륵원도 둘러 볼 수 있다. 미륵원을 나와 냉천길 삼거리를 지나 윗말뫼(더리스)에 도착하기 전 탁 트인 대청호의 광경을 목도할 수 있는 마산동 전망대에 들르는 것도 좋다. 근장골 전망대가 높은 시야로 대청호를 바라본다면 마산동 전망대는 이른바 ‘해변’에 온,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망대 앞 호수 한 가운데 위치한 아기자기한 섬과 그 뒤로 보이는 병풍 같은 산맥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땀을 식히며 전망대 근처 호반에 시민들이 쌓아놓은 돌탑 위에 돌을 올리며 간단하게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다. 전망대 코스를 한바퀴 돈 뒤 더리스 인근으로 나오면 3구간은 끝난다.

글=박정환 기자·사진=정은한·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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