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중수로 핵연료 생산 부품 제조 회사
"중기 재직자 지원으로 고용·취업 선순환 시켜야"

㈜대덕정밀 조대식 대표이사
㈜대덕정밀 조대식 대표이사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시간은 시침과 분침, 초침의 '유동성'으로 이뤄졌고 그 유동성은 적어도 3개 이상의 톱니바퀴가 맞물려야 만들어진다. 그럼 그 톱니바퀴를 움직이는 건 뭘까. 시간을 형상화하고자 했던 누군가의 의지일 거다. 존재하기 위해선 이치에 맞는 부속품이 필요한 법이다. ㈜대덕정밀의 역사는 이러한 선행(先行)적 탐구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보낸 20년 가량의 세월을 밑천삼아 국내 유일의 중수로 핵연료 생산 부품을 제조하게 되기까지, 기술보다 기술을 아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조대식(70) 대표이사의 철학적 지론이 없었다면 모두 이뤄지지 않을 일이었다.

# 쉬지 않고 달려온 40년 세월
원자력 분야에서 일한 지 어언 40년이다. 그 세월 동안 쉴 새 없이 변화를 꾀했다. 웬만한 것들은 전부 통달했을 시간이다. 칠순의 나이, 이쯤되면 경영에만 손을 댈 법도 한데 조 대표는 달랐다. 알고 보면 세심한 사람이랄까. 회사가 문을 연 첫날부터 세세한 기념일조차 잊지 않았다. 어쩌면 이 세심함이 지금의 ㈜대덕정밀을 구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일 게다.

"2002년 2월 1일 창업을 해 지금까지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 부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오랫동안 일 하면서 보고 배운 제조 쪽 일을 기반으로 부품을 제작 및 가공하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경험에 근거, 지금은 연구개발장비를 설계·제조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전원전연료주식회사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기술의 존재 가치가 고객의 안전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고객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의 핵연료부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자 원자력 품질보증 요건에 만족하도록 품질 보증체제를 갖춰 운영하고 있는 게 저희 회사의 특징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조 대표가 지금의 ㈜대덕정밀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지 알 수 없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보낸 20년 동안 핵연료 관련 직무를 수행했다 보니 그 부품에 대한 기술 개발에 힘썼지만 부품 하나만을 생산해선 직원들 봉급을 챙겨주기도 어려웠다. 특히나 타 지역보다 인프라가 적은 대전에서 살아남기란 생각보다 힘들었다. 운영을 위해선 매출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만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조 대표는 회상했다.

"대전이란 도시의 인프라는 매우 협소합니다.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조그만한 회사일 시기, 일을 받아오는 것도 어려웠죠. 물론 그때 당시에도 대전엔 연구단지와 대덕산단 등 기업들을 위한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타 지역보다 부족한 인프라에 몇 번의 고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오히려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어요. 인프라의 문제가 오직 저희 회사만의 일이 아니지 않잖습니까. 그 사실을 깨닫고 멀리서 바라보니 차별화를 두기 위해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품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새 온 날들 덕에 인정받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 위기를 기회로
허점을 허투루 놓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꾼 덕에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 원자로 부품을 납품할 수 있었고 그 성과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회사는 성장했다. 지금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자동차 부품 및 3D 기술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덕정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사람'을 우선으로 둔다는 거다. 창업 이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거치고 나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게 곧 회사의 비전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같은 신념으로 조 대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늘 잊지 않는단다.

"저희 회사를 떠난다고 해도 제대로 된 기술을 배워야 중소기업 혹은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은 변하질 않습니다. 직원들에게 항상 기술을 쌓으라고,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이유입니다. 자기 계발을 많이 해야 성공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훌륭한 기술자의 미래는 끝없이 펼쳐진 탄탄대로입니다. 봉급을 많이 줄 순 없어도 항상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사람, 사람, 그리고 사람
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직원들의 성실함을 강조했다. 조 대표의 이런 인간적인 철학이 직원들을 오랜 기간 머물게 하는 힘이 아닐까. 고마운 만큼 미안함도 갖고 있기에 조 대표는 퇴근시간이 지나도록 회사에 머무른다고 한다. 주말에도 혼자 나와 일을 한다. 애정이라는 단어가 이렇게나 적합한 때가 없다는 관전평이 절로 나온다.

직원들을 아끼는 만큼 현 정부 시책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던진다. 자기 계발을 위해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도울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걸 게을리하고 있다는 훈수다.

"청년들에게 취·창업 기회를 주고 또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도움이 절실합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의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 체제가 정립되지 않고 있어요. 중소기업 재직자들에게 혜택을 주면 당연히 취업을 위해 청년들이 기술을 배울 거고, 그러다 보면 저절로 구직과 채용이 선순환될 텐데 지금은 청년 복지에만 너무 기울어져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자신에게 남는 게 없어도 직원들의 봉급은 어떻게든 챙기려는 조 대표 다운 소신이다. 직원들뿐만이 아니다. 한국폴리텍대학 학생과 일부 관내 고등학생들을 위한 현장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던 그다. 이론도 가르치지만 현장에 직접 투입해 실습을 하는 게 미래의 기술자들을 키워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조 대표의 선견지명이다.

"전에 독일 중소기업 탐방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선 전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기술을 가르쳐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거죠.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많은데 취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가 그런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보거든요. 독일에서는 어떤 직장을 가도 6개월 정도의 교육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선순환이 가능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그런 시스템을 갖춘 곳이 매우 드물어 취업이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요새 대학을 나오고 나서도 취업에 대한 열망이 없는 친구들도 많아 그냥 국가에서 지원만 한다면 발전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겁니다."

# 욕심 있는 자의 열망
이런 조 대표의 향후 10년은 어떨까. 조 대표는 스스로를 '욕심 많은 사람'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많은데 안타깝게도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에서의 체감 온도는 매우 낮습니다. 벌써 제 나이가 일흔입니다. 이제는 직원들과 함께 오래 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제가 제 욕심을 실현시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큰 회사에 부품 공급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등 여러 요소들로 인해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이런 점들을 이겨내고 수출길이 열리면 좋겠습니다. 또한 제가 지금 가진 가장 큰 목표는 ㈜대덕정밀만의 브랜드 아이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오더를 받고 가공 및 납품을 하고 있지만 제 욕심으로는 앞으로 저희 회사만 가진 특장점을 살려 주 아이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날 던진 모든 질문의 답은 '직원'이었다. 조 대표의 관심과 노력의 결실 끝엔 '직원'이 있다. 이 한 단어로 글을 마치고 싶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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