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한국전력 사내창업제도로 탄생
국내외 ‘전력설비 예방진단 시스템’ 구축
신재생발전·에너지저장장치 융합모델 진출
진단센서기술 활용해 특수센서 확장 예고

정재기 한빛이디에스㈜ 대표.
정재기 한빛이디에스㈜ 대표.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어온 유망중소기업이 있다. 그들은 탄탄한 기술력과 시장을 앞서보는 시야를 바탕으로 외국기업들이 선점해온 분야를 돌파해왔다. 비록 국내서 조차 첫 거래를 트는 게 쉽지 않았으나 결코 포기하지 않고 ‘유망’ 반열에 올랐다. 한빛이디에스㈜(대표 정재기)도 그러하다. 전력설비 진단시스템과 신재생에너지, 엔지니어링을 영역으로 삼는 전문기업으로 지난 1999년 한전의 사내창업제도로 탄생해 관련 분야에선 손꼽히는 전문가로 통한다. 태양광발전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의 땀내나는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

한빛이디에스㈜ 본사 로비에 진열된 ‘변전소 예방 진단시스템’ 모형도.
한빛이디에스㈜ 본사 로비에 진열된 ‘변전소 예방 진단시스템’ 모형도.

#. 한전맨, 배수진을 치고 사직서 내다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충남고를 거쳐 충남대 전기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그야말로 기술연구인으로 살아왔다. 현대중공업에서 지하철 제어반 국산화를 담당하고, 포스코에서는 스테인글라스 공정의 온라인 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989년 한국전력맨이 됐다. 이후 현장에서 2년간 변전분야 유지보수를 거쳐 송전철탑 절연 설계, 전선 연구, 지중화 케이블 등을 차례로 연구개발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든 것은 ‘전력설비 예방진단 시스템’이었다. 대규모 송배전 시스템의 안전성을 사전 진단하는 시스템으로, 사고를 미리 예방한다. 다만 영국 등의 선진국 기업이 선점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한전에 사내창업제도가 있었고, 3년 내 사업 실패 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이었음에도 바로 사직서를 내고 죽기살기로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는데도 시장 반응은 좋지 않았다. ‘전력설비 예방진단 시스템’이 아직 널리 사용되지 않기도 했고 선진국 기업을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길은 고난의 연속이 아니던가. 정 대표는 2004년 철도청을 시작으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국가스공사, 한전, 한국수력원자자력 등 수많은 발주처와 거래를 늘려갔다. 이 밖에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도 거래를 확장했다.

“현대중공업에서 하드웨어 기술과 포스코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쌓지 않았다면 국내·외 전력생산에 안정과 효율을 제공할 신기술을 개발하지 못 했을 겁니다.”

한빛이디에스㈜가 개발한 변압기 진단장치.
한빛이디에스㈜가 개발한 변압기 진단장치.

#. 기업부설 연구소를 갖춘 ‘강소 전력벤처기업’
한빛이디에스㈜는 지난해 기준 직원 40여 명에 연 매출 240여억 원까지 성장했다. 여기에 오기까지 3가지 사업분야가 효자 노릇을 했다. 먼저 ‘전력설비 온라인 예방진단 시스템’은 변전소 또는 발전소 내 GIS·변압기·케이블 등 전력설비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력설비의 운전상태를 상시 감시하고 이상 유무를 분석·진단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전력설비 휴대용 진단장비’를 개발했고, 20년 이상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전력공급사와 대전력수용가에 안전한 전력공급·사용을 위한 ‘전력설비 진단 엔지니어링’도 제공해왔다.

“전력설비분야가 워낙 보수적이라서 최초 개발할 당시 이게 왜 필요하느냐는 반응이 다수였지만 그럴수록 원천기술을 확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전력설비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산업분야로 자리 잡았죠. 직원들과 꾸준한 노력 끝에 이제는 GIS·GIB·케이블·변압기 예방진단시스템, 전력품질 측정시스템, 전력설비 휴대용 진단장비 기술력을 선도하는 대표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한빛이디에스㈜는 지난 2003년 유망 전력벤처기업에 선정된 이래로 기업부설 연구소를 갖추며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힘써왔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인증을 획득하고 첨단기술 기업으로 지정됐으며 2009년엔 대덕테크노밸리로 사업장을 확장 이전했다. 한국전력공사 Trusted Partner이자 고용노동부가 인증하는 강소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 태양광발전·특수센서 통해 제2의 도약 노려
정 대표는 신재생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융합 비즈니스 모델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봤다. 한빛이디에스㈜가 2005년부터 태양광발전, PCS·인버터 제조 등 신재생발전 종합설계 시공(EPC) 기술을 바탕으로 발전운영사와 거래하는 태양광 보급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더불어 태양광 대여사업도 추진했다. 대상은 월 350㎾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다. 보통 월 7만 원을 내야 하지만 한빛이디에스는 전기료 사용 구간을 세분화해 4만 5000원에 대여해준다. 덕분에 한화큐셀코리아, LG전자 등 대기업과 경쟁에서 계약 수를 늘려갔다. 이를 통해 연 매출 중 30%를 EPC 사업에서 올리는 등 한빛이디에스㈜가 한단계 더 도약하는 성장 발판이 됐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좋지 못 하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른 의무공급비율이 상한 10%에서 오는 10월 25%까지 높아져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또한 석탄·LNG·원자력발전 등의 발전운영사가 전력을 한전에 도매가로 판매하는 SMP(계통한계가격)가 하락함으로써 이를 고려해 고정가격을 계약하는 소규모 태양광발전사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들이 주요 거래처인 지역 전력벤처기업으로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빛이디에스㈜는 한 걸음 더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태양광발전 인프라와 기술을 개발해낸 거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력벤처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전력거래소·전기연구원·㈜해줌·㈜아이온·㈜엘시스·㈜탑인프라·고려대·충북대 등 공동연구기관들과 산학연 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블록체인 연계 전력중개 플랫폼, 분산에너지자원 원격 실시간 모니터링, 빅데이터 및 AI 기반 태양광 유지관리 프랫폼 기술을 활용하면 태양광발전 사업이 한층 도약할 전망이다.

“현재 진단시스템에 사용하는 센서를 범용화해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특수센서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또 전력설비의 수명까지 예측하고 효율적인 장비교체 시기까지 제공하는 수준으로 나아갈 겁니다. 직원들의 노고가 있어 여기까지 온 만큼 앞으로도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목표와 인센티브 비율을 정하고, 코로나19가 풀리는 대로 동반 해외연수도 이어갈 작정입니다.”

기술연구인 정 대표가 꿈꾸는 내일에 따사로운 빛이 스며들고 있다.

글=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사진=박정환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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