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네 살’ 출간한 박재홍 시인

생후 8개월에 소아마비로 중증장애인이 된 시인은 열네 살까지 네 발로 기어다녔다. 바닷가의 소라게가 마치 장애를 짊어진 자신을 닮았다는 생각에 슬퍼 보였다는 그는 시를 쓰면서 역설적이게도 온갖 불편을 주는 장애가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는 근력이 됨을 깨달았다고 한다. 시는 그에게 전에는 이르지 못했던 곳으로 인도해 주는 길잡이가 됐다. 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것들을 듣고 보고 알게 해준 통로가 된 것이다.

대전에 자리한 ‘장애인인식개선 오늘’의 대표이자 ‘문학마당’ 발행인인 박재홍 시인이 일곱 번 째 시집 ‘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네 살’(실천문학사)을 상재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끄물끄물한 하늘’, ‘전동 휠체어’, ‘고단한 하루’, ‘지척에 둔 옛집’을 비롯해 장애를 승화시킨 선시(禪詩)와 같은 6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2021년 1차 문학나눔 보급도서로 선정된 ‘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네 살’은 시인 자신을 위한 반추이자 왜곡된 세상에 상처받고 있는 장애인과 소외된 이웃들을 위로하는 화해의 시집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쓰러져 갈 수밖에 없다는 헛헛함 속에 방일(放逸)하지 않고 정진하는 것이야말로 시인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시는 언제나 지친 현실과 부조리한 세상을 지나 모든 이웃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상생과 조화의 매개가 됐고, 이번 시집에도 그러한 시인의 문학관이 투영돼 있다.

시작(詩作)으로 인해 장애와 가난을 극복하고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는 박재홍 시인은 1968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고, 2010년 계간 ‘시로 여는 세상’을 통해 등단한 후 시집 ‘도마시장’, ‘신금강별곡’, ‘모성의 만다라’, ‘꽃길’, ‘자복’ 등을 펴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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