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 주재기자

이건용 <공주 주재>
이건용 <공주 주재>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오자서(伍子胥)는 간신배들의 모함으로 아버지와 형이 초(楚) 평왕(平王)에게 죽임을 당하자 복수를 위해 오(吳)나라를 섬겼다. 마침내 오나라가 초나라를 함락시키자 그는 평왕의 묘를 파내 시신을 300번 채찍질했다. 친구 신포서(申包胥)가 그를 나무라자 “이미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吾日暮途遠 吾故倒行而逆施之)”고 답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 기록된 ‘도행역시’(倒行逆施)는 순서에 따르지 않고 거꾸로 일을 한다는 뜻으로, 순리와 정도에서 벗어나 일을 억지로 강행하거나 잘못된 방법을 고집하는 폐해를 지적한 말이다.

목하 김정섭 공주시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김 시장의 공약인 국립국악원충청분원 유치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의회 행정사무감사의 도마에 올라 집중포화를 받았다.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마치 짜기라도 한 듯 한마디씩 거들었다. 한마디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우려였다. 정부는 현재 국립국악원 추가 건립 계획이 아예 없는 상태다. 외려 남원과 진도, 부산 등 기존 시설을 어떻게 하면 활성화시킬까를 고민 중이다.

사정이 이런데 마치 국악원분원이 바로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헛물만 켜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와 예산과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은 민선7기 김정섭 호 출범 이후 줄곧 있어왔다. 정진석 의원조차 기회 있을 때마다 속도조절을 주문했었다. 당장 결정되는 사업이 아닌 만큼 지나치게 서두르다보면 시민 피로도가 높아질 것도 우려했었다.

하지만 공주시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각종 포럼과 세미나 국악대회 등을 지속해왔다. 10만 서명운동 등에도 열을 올렸다. 여기에 수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맹석 공주시의원의 행정사무감사 자료 요청으로 국립충청국악원 추진현황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고, 결국 공주시의 ‘이슈 파이팅'에 물음표가 던져졌다.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에 김 시장이 답할 차례다.

편작이 환공을 보고 피부에 병이 들었으니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으나, 환공은 자신은 병이 없어 치료할 필요가 없다며 듣지 않았다. 병이 내장까지 미쳐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경고했으나 오히려 화를 내며 무시했다. 병이 골수까지 스며들어 온몸에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자 서둘러 편작을 찾았으나 편작은 이미 떠난 뒤였다. 호질기의(護疾忌醫). ‘병을 숨겨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잘못이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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