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로 고객 이탈, 각종 행사 시작한 은행들
수수료 면제에 이벤트까지 출혈 경쟁 심화
"고객 수익률 제고 차원 서비스 제공 필요"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은행들이 우위를 선점하던 개인형 퇴직연금(이하 IRP) 시장의 고객들이 증권사로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업권별 고객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증권사들이 연이어 수수료를 면제하고 나서자 은행들도 경품과 캐시백 혜택 등 선물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IRP는 퇴직연금의 대표 상품의 하나로 근로자 개인이 직접 은행·증권, 생명·손해보험과 근로복지공단 등 기관별 계좌를 개설한 후 직접 운용 및 관리가 가능하다. 최대 연간 1800만 원까지 납입이 가능하고 최대 700만 원까지 세액이 공제되며 만 50대 이상이면 공제 한도가 올라간다.

이에 절세 효과를 누리기 위해 직장인들의 가입 수요가 요새들어 폭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은행을 중심으로 IRP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주식 열풍에 따라 증권사로 고객이 몰리면서 그 판도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이 IRP 상품 판매에 목을 매게 된 이유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30일까지 개인형 IRP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최대 1만 하나머니를 제공하는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한다. 1 하나머니는 현금 1원처럼 사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같은 기간동안 IRP 계좌로 100만 원 이상 이체 시 스타벅스 모바일 쿠폰을 제공하며 신한은행은 10만 원 이상 자동이체를 등록하거나 자기부담금 100만 원 이상 당행 계좌에 입금하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을 제공하고, 우리은행 역시 신규·자동이체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공기청정기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추진 중이다

. NH농협은행은 하반기 IRP 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경품 이벤트를 꾸리고 있는 중이다. 그간 IRP는 은행들의 주력상품이었으나 올 들어 증권사들이 IRP 시장 공략을 위해 수수료 0원 마케팅을 펼치면서 고객 흡수 속도와 규모가 커졌다. 실제로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투자업권의 IRP 적립금이 전년보다 48.7% 증가한 반면 은행권은 35.6% 높아진 데 그쳤다.

이처럼 증권사와 시중은행 사이 대립각이 서면서 점점 출혈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수수료 면제는 증권사가 수익을 포기한다는 것으로 지난 2003년 한국투자증권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놨다가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사라진 바 있다. 시중은행 역시 다른 상품에서 이익이 나야만 하는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등으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이에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멈춰야 한다는 따끔한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입자 유치도 중요하나 너무 고객 모시기에만 힘을 쏟고 있다. 가입률 늘리기에 집중하느라 정작 상품의 수익성과 서비스 개선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데 이를 간과하면 안 된다"며 "가입자의 수익률 제고 차원의 서비스를 생각해야 고객들을 장기적으로 붙잡을 수 있는데 지금은 너무 나무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숲을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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