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불만 표출에 중간관리자 진땀
직원 간 반목에 업무효율도 하락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하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지 벌써 2년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능률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사소한 불만 표출로 인한 마찰로 중간관리자들이 진땀을 쏟기 일쑤고 직원 간 반목의 골이 깊어진 데 따른 업무 효율 저하 현상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괴롭힘 방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으로 지난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이른바 직장 내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안이지만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법안이 아니냐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처벌 규정 등이 모호한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행위는 직장 내 지위를 포함해 관계상 우위를 이용하는 경우다. 관계상 우위는 나이, 학벌, 성별, 출신, 근속연수, 전문지식, 노조 가입 여부, 정규직 여부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또한 문제의 행위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야 한다.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사람인이 직장인 1277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변화 체감’을 조사한 결과 77.8%가 ‘체감하지 못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50.1%)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괴롭힘에 대한 문제제기 등 직접적인 대응을 한 응답자는 절반(45.4%)에도 못 미쳤으며, 54.6%는 그냥 참고 있었다. 기업들은 애매한 위반 법규를 좀 더 명확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기업 업무 특성 별 괴롭힘 방지법 관련 매뉴얼을 적용하기 애매할 때가 있는 탓에서다.

대전 중구 한 보안업체 인사담당자는 “보안업체 특성상 직급에 따른 행동 양식이 정해져 있다. 신입 사원 중 정당한 업무 지적을 부당하다고 판단해 ‘갑질을 당했다’고 보고해 버리는 바람에 내부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어느 정도까지가 괴롭힘으로 분류되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직급 간 골머리만 썩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적시했다.

이러다 보니 직원 간 소통이 단절되는 일도 발생한다. 문제를 키우기 싫어 서로 눈치보기 바쁘기 때문이다.

대전 대덕구 한 제조업체 대표이사는 “직원들 중 관련 법규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지만 다들 크게 나서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업무 효율성도 떨어진다. 영업 부서는 부서원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판로를 넓혀야 하는데 각자의 스타일로 일을 중구난방으로 처리하니 영업 공백이 생기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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