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녹음실 턱없이 부족한데다
공공 아닌 개인 소유 건물에 조성
‘예산 운영비로 소모될까’ 우려 높아
市 “전문가 의견 듣고 신중히 추진”

대전음악창작소 조성 사업 개요. 대전시 제공
대전음악창작소 조성 사업 개요. 대전시 제공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내년 대전 중구 대흥동 옛 대전극장 건물에 들어설 대전음악창작소 구축을 놓고 현장의 걱정이 커지는 모양새다. 음악창작소 조성이 목적과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사업 초입인 만큼 여러 의견을 듣고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음악을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장소와 장비 등을 제공하고 음반 제작 및 유통이 가능한 음악 산업 생태계를 만들자는 취지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하는 음악창작소 구축 사업이 대전에서도 본격화된다. 시에 따르면 음악창작소는 내년 초 개관을 목표로 국비 10억 원, 지방비 10억 원 등 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중구 대흥동 믹스페이스(옛 대전극장)에 문을 연다. 음악창작소는 녹음실과 연습실, 공연장 등을 갖추게 되며 시는 지하 2층을 리모델링해 음악창작 전용 공간으로, 지하 3층은 50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음악창작소 설계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잠재력있는 뮤지션에게 음반 제작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창작자들이 기획·창작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하려면 충분한 연습실과 녹음실 확보가 필수적인데 현재 방향대로라면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역의 한 음악계 인사는 “음악창작소 역할을 수행하려면 다수의 연습실과 녹음실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며 “설계대로 진행되면 그게 불가하고 연습실 3개, 녹음실 3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더해 지하 3층을 공연장으로 만들겠다는 시의 구상도 현장에선 와닿지 않는 대목이다. 또 다른 음악계 인사는 “시는 음악창작소에 대규모 공연이 가능한 공간을 마련해서 원도심 문화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데 거기엔 지금 백스테이지조차 없다”며 “백스테이지 없는 공연장이 무슨 공연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공공시설이 아닌 법인화된 개인 건물에 음악창작소가 건립되는 것도 불안한 대목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타 시·도의 음악창작소는 시나 자치구 소유 건물을 활용해 고정지출 부담을 줄여 지원되는 예산이 순수한 창작에 쓰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대전은 유독 다른 선택을 한 탓이다. 지역의 또 다른 음악계 인사는 “음악창작소가 공공이 아닌 개인 소유 건물에 들어서 임대료 등의 명목으로 1억 원의 예산이 운영비 명목으로 그냥 나간다”며 “타 시·도를 봐도 음악창작소 운영 예산이 많지도 않은데 그중 1억 원 가까이가 운영비로 사용된다는 건 답답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시는 사업이 이제 막 시작한 만큼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옛 대전극장을 음악창작소 부지로 정한 건 공공 건물 중 여유 시설이 없고 소음 등 여러 가지 검토를 한 끝에 내린 결론이고 시세도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라면서 “설계 등에 관해선 음악창작소 기능에 맞게 전문가 견해를 듣고 리모델링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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