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건설기술 활성화…진화하는 건설기계
정부, 오는 2025년까지 6000억 원 투입…R&D 진행 중

[금강일보 서지원 기자] 변곡점이란 어떤 함수 그래프의 곡선 형태가 바뀌는 점을 가리키는 수학적 단어지만 사회적 현상, 경제적 추세를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의 비유로 활용되기도 한다. 건설업계에 변곡점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산업구조, 인력, 기술의 근본적 혁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시대에 국내 건설업계는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해외사례를 통해 미래 전망을 알아본다. 편집자 

경험에 의존해 과거 방식 그대로 건설시공이 이뤄지던 시대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표하는 첨단기술이 전세계 산업 분야에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에도 로봇 도입이 가속화되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스마트 컨스트럭션 도입 
IT와 접목된 스마트건설 기술이 확산되면서 비용과 인력, 시간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대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스마트 컨스트럭션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마트 컨스트럭션은 건설 전 과정을 디지털 데이터 기반의 BIM(빌딩정보모델링)으로 통합 관리하고, 시공 자동화와 자재·설비 모듈화 등 ICT 기술을 접목해 건설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세스다. 근로시간 단축 등 사회제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고 안전에 대한 인식과 규제가 높아지는 동시에 고령화 등으로 현장 기능인들의 생산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스마트 컨스트럭션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건설 기술은 그 발전 속도와 달리 현장 적용은 매우 느리게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 대형건설사들은 ‘스마트 컨스트럭션 활성화’를 외치며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장제작-현장설치’로 요약되는 OSC(Off-Site Construction) 시공방식은 대기업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GS건설은 지난해 해외 모듈러 기업 3곳을 인수한데 이어 지하주차장 외벽에 100%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공법을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모듈러 공법도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철강재를 소재로 한 아파트 건설에 적합한 프리패브공법 개발에 성공했다. 아파트 옥탑, 재활용품 보관소, 욕실을 철골 모듈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지난달엔 SK건설이 현장 사무실을 모듈로 설치하는 등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진화하는 드론, 전방위 활약 
건설현장에 드론(무인항공기)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0년대 초반이다. 당시에는 단순 사진·동영상 촬영을 통해 공사 시작 전 지질조사나 공정 촬영, 안전관리 목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건설현장에서 드론은 기성작업 물량을 자동으로 측정하거나 설계와 시공 일치도를 판별해 공정을 단축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정도로 쓰임새가 확대됐다. 아울러 3차원(3D) 빌딩정보 모델링(BIM)기술과 접목한 현장가상화는 물론 시공기록과 관리, 측량 영역, 발주·원·하도급사 간 의사소통에도 쓰이고 있다. 

특히 드론은 언택트의 대표 디지털기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현장에서 드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드론을 활용할 경우 대면 접촉을 줄이고도 더욱 자세한 공사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과거 미터급이었던 오차는 센치미터급까지 줄었고 실제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기술력이 올라왔다. 기술력이 좋아지면서 기초, 파일 도면을 올려보면서 정확한 위치에 시공됐는지, 어떻게 보강해야 할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대전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스마트기술의 확산을 고민하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을 위한 기술에서 대다수의 현장을 위한 기술로 나아가고 있다”며 “건설현장에서의 많은 장비들이 4차산업 시대와 함께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사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로봇 스타트업 '빌트 로보틱스'(Built Robotics)는 굴착기와 불도저 등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했다. 

빌트 로보틱스가 만든 자율형 굴착기와 불도저는 자율주행차와 같은 구조로 움직인다. 작업자가 종일 먼지가 날리는 공사장의 중장비 차량을 직접 운전하는 대신 좌표를 프로그래밍하기만 하면 된다. 사람이 할 일은 단지 작업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뿐이다. 승용차와의 차이점이라면 건설현장 시추작업에 따른 강한 진동과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호주 '패스트브릭 로보틱스'(Fast Brick Robotics)는 세계 최초로 완전자율형 벽돌쌓기 로봇을 개발했다. 패스트브릭 로보틱스가 개발한 '하이드리안X'(Hadrian X) 기종은 벽돌을 싣고 현장으로 이동한 후 레이저 가이드 방식 장치를 이용해 로봇 팔로 벽돌을 쌓는다. 하이드리안 X가 건축한 주택은 적정한 건축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건축로봇 스타트업 '캔버스'(Canvas)는 건축물 내부 시공 시 건식벽 설치 마감 작업에 투입돼 작업공정을 최적화하는 AI 기반 로봇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로봇은 라이다(LiDAR)를 이용해 미완성 벽을 검사하고 표면을 평탄하게 하는 작업을 맡고 있으며 작업 솜씨가 사람의 숙련 근로자에 ​​필적할 정도로 평가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의 스타트업 '독셀'(Doxel)은 작업 현장을 3차원으로 스캔하는 이동식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현장을 스캔해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4족 로봇 '스팟'(Spot) 역시 현장 점검 목적으로 다양한 현장에서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 ‘건설현장 디지털화’ R&D 착수 
우리나라에서는 건설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해 국토교통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미국·영구 등 선진국이 선점 중인 스마트 건설기술 시장에 뛰어들어 기술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마트 건설기술 육성을 통해 글로벌 건설시장을 선도한다’는 비전 아래 오는 2025년까지 약 2000억 원(국비 1476억 원, 민간 493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건설장비 자동화 및 관제기술 ▲도로구조물 스마트 건설기술 ▲스마트 안전 통합 관제기술 ▲디지털 플랫폼 및 테스트베드 등 4개 중점분야에서 건설현장의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올해까지 중점 분야 내 핵심기술 개발을 마치고 오는 2023년까지 기술을 연계하는 작업을 추진하며, 2025년까지는 테스트베드에서 종합적인 시범적용 및 검증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국토부는 토공사와 도로포장공사의 생산성을 25%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드론 측량을 토대로 3차원 디지털 지도를 생성하고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을 기반으로 현장의 정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지능형 건설장비 개발을 통해 3차원 디지털 지도 안에서 최적의 이동 경로를 찾아 스스로 이동할 수 있게 하고 자율 작업형 건설장비는 사람 없이도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현장의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빌딩정보모델링(BIM) 설계와 모듈 생산을 통해서는 공사기간을 25% 줄일 계획이다. BIM 기반 구조해석, 설계검토, 시공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설계변경을 최소화하고, 수정 설계 사항이 발생해도 의사결정을 보다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부품을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에서는 조립만 가능하도록 하는 프리팹(prefab) 부재 생산방식을 통해 공기를 줄이며, 로보틱 크레인과 원격로봇 기술로 시공이 어려운 작업 환경에서 공사 중단 없이 시공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시공 및 유지관리 단계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축적·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건설 플랫폼’ 개발도 이뤄진다.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건설 전반적인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다. 플랫폼은 도로 설계와 시공 등 건설 단계에서 발생하는 장비·인력·자재·안전·환경과 관련되는 원시 데이터를 모두 갖고 있다. 발주처·설계사·원도급업체·하도급업체·현장 근로자는 이를 활용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 제작 부재를 활용하고 모듈화를 중심으로 한 건설방식의 변화가 건설산업의 체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건설현장 관련 데이터를 국민, 연구자, 기업에 개방·공유해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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