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삭감 현실화vs근로 환경 개선 급선무
일각선 투잡 등으로 실질 근무시간 증가 우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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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정부가 계도기간 없이 오는 7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주52시간제를 시행 예정인 가운데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노노(勞勞)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기업 경기가 악화될 경우 급여가 감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견과 근로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급여 감소로 인한 ‘투잡’으로 실질 근무시간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지난해 9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52시간제 도입 후 5인 이상 29명 미만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임금이 평균 260만 원에서 12.6%(32만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수 30인 이상 299명 미만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평균 318만 원에서 12.3%(29만 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018년 8월 이전 주68시간이던 법정 근로 시간이 올해부터 주52시간으로 줄면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크게 감소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는 연장·휴일 근로를 포함해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만 일할 수 있게 되면서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이 크게 줄게 될 수 있다는 거다.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장시간 근로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5∼29인 사업장의 경우 내년 말까지는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1주당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주 60시간 근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필요한 탄력근로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는 김종현(34) 씨는 “어지간한 중소기업 노동자는 추가근무 수당이 합쳐져야 정상적인 월급이 되는 게 현실이다. 일을 덜하니 당장은 좋을 수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급여 아닌가.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좋지만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적어지면 결국 부업을 통해 부족한 돈을 메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52시간제를 환영하는 근로자들도 적잖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근로시간에 대한 직장인 인식 조사’에 따르면 주52시간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58.0%의 직장인이 '만족한다'고 응답한 반면 '불만'이라는 응답은 11.3%로 조사됐다. 직장인이 주 52시간제에 만족하는 이유는 '근무시간 감소'가 65.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불필요한 업무 감소(18.4%)' 등이 꼽혔다. 이와 함께 일부 기업들이 포괄임금제를 악용한 사례도 있는 만큼 포괄임금제를 단속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주52시간제라는 주장도 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로 일한 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울 때, 실제 일한 시간에 관계없이 일정 시간 초과 근무했다고 간주하고 미리 정한 수당을 임금에 포함시켜서 한번에 지급하는 제도다.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이명진(33) 씨는 “우리 회사는 성과 대비 급여가 적다. 맥없이 오랜 시간 일을 붙잡고 있는다고 해도 성과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전 직장에서는 근로시간이 과할 때 수당을 안 주고 일이 없을 때는 노동량이 적다는 명목으로 수당을 짜게 받은 경험이 있다. 노동자들이 게으른 게 아니라 당연히 받을 돈을 못 받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근무 시간이라도 줄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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