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충청권 7만 9000여곳 대상 ‘워라밸·고용창출’
탄력근로제·외국인력우선배정·근로자대표제로 보완

사진=연합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정부가 내달 1일부터 주52시간제가 적용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계도기간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자체적인 조사 결과 대다수 사업장들이 주52시간제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응답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 근거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관련기사 3면

주52시간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평일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한 근로제도다. 과도한 근무로 인한 과로사를 막고 일·가정 양립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워라밸을 지향한다. 내수 증진과 추가 인력 고용을 통한 일자리 분배 효과도 노린다. 지난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300인 이상 민간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를 첫 도입했고, 지난 1월엔 50인 이상 300명 미만, 내달부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단계적 적용을 계획해왔다. 다만, 사용자 측에서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추가 고용으로 ‘인건비 상승’ 부작용을 제기해 4월 6일부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3개월서 6개월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내달 주52시간제가 새롭게 적용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들은 제도 시행을 유예하거나 최소한 계도기간을 부여해 달라고 간절히 요청해왔다. 추가 고용에 따른 부담이 대규모 사업장보다는 큰 탓이다. 충청권의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수(2019년 기준)는 대전 2만 648곳, 세종 3682곳, 충남 3만 1125곳, 충북 2만 3773곳이다. 만약 계도기간이 부여됐더라면 장시간 근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근로자의 진정으로 적발돼도 시정 조치만 내리고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6일 계도기간은 없다고 못 박았다. 고용노동부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1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0%가 주52시간제를 준수할 수 있다고 답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주 52시간제 위반이 적발되면 현행 법규에 따라 최장 4개월의 시정 기간이 부여된다. 시정하지 않으면 처벌한다.

다만 정부는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침을 마련했다. 우선 전국 48개 지방노동관서에 설치한 노동시간 단축 현장지원단을 통해 탄력근로제를 적극 활용하도록 돕는다. 영세사업장은 생산활동 변동이 큰 만큼 근로시간을 법정 한도 내에서 맞춰주는 보완책이다. 더불어 ‘외국인 인력 우선 배정’과 ‘중소기업 혁신바우처를 통한 생산성 향상’도 지원하며,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주당 8시간을 연장 근로할 수 있는 ‘근로자 대표제’도 허용한다.

그럼에도 지역 경영학계에서는 주52시간제가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장점이 있으나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을 1년이 넘게 겪어온 소규모 사업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소비 패턴마저 변화돼 지역 중소기업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주52시간제 강행이 지역 경제에 남길 명과 암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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