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생산가동 들쑥날쑥해 도입 어려워
매출은 줄고 원자잿값 올랐는데 인건비 부담까지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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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중소기업계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를 유예하거나 계도기간을 부여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내달부터 강행된다. 충청권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정국 속에 인건비가 추가되면 성장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문재인정부 하에 중소기업계는 규제 일변도에 시달렸다. 중대재해처벌법·화학물질관리법과 함께 포장재 규제까지 예고돼서다. 잇따른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친노동정책으로 인한 산업별 연쇄 파업으로 납품 물량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계가 가장 손에 꼽은 규제는 주52시간제다. 근로자의 워라밸과 일자리 분배도 중요하나 인건비 상승이 성장동력을 막고 투자 축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호소해왔다.

더구나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매출 피해에 시달려온 상황이라서 축적 자본이 없는 와중에 인건비를 추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해왔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달 주52시간제가 적용될 5인~50인 미만 기업 319개사를 조사한 결과 25.7%는 아직도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90%대를 발표한 정부 조사와는 차이가 크다.

대기업과의 원·하청 계약이 개선될 경우 지역 인재에게 투자함으로써 우수인력을 붙잡고 싶은 중소기업계로서는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종일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대기업과 달리 생산활동이 들쑥날쑥한 상황이라서 기존 직원들로 꾸려가야 하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52시간제가 자칫 외국인 인력만 돕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주52시간제를 도입한 대전산단 내 50인 이상 500인 미만 사업장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용역업체를 통해 외국인 일일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숙련도가 떨어져 납기일자를 맞추지 못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기존 직원들의 근로시간이 줄어 반대로 숙련도가 더디게 올라온다. 매출은 줄고 원자잿값은 폭등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한 초과근무가 사라져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사태도 발생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달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 보완책으로 ‘외국인인력 우선배정’을 제시하고 있다.

영업제한 여파를 겪는 소상공인도 주52시간제 영향권에 있다. 특히 자영업계는 이미 매출 피해가 깊어져 인건비라도 줄이려는 판단과 함께 언제 영업제한이 추가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가족경영을 선택했다. 중소기업 실직자들을 고용 흡수해왔던 선순환도 끊어질 모양새다. 시장 자율에 맡기지 않는 고용정책이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은한 기자 padue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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