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숙련도 등 고려 없이 적정 수준 임금 지급/건설사 “인건비 상승에 고용 줄어들 수 있다”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정부가 건설 현장 근로자의 임금 삭감을 방지하기 위한 ‘적정임금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채용 근로자의 경력과 숙련도를 고려하지 않고 적정 임금을 책정해 급여를 지급할 경우 건설사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일각에서는 건설사 고용 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일자리위원회는 지난 18일 ‘건설 공사 적정임금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발주처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건설근로자에게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건설 공사 적정임금제를 오는 2023년 1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적용 공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300억 원 이상 공사다. 민간 공사에 대해서는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추후 검토할 방침이다. 적용 대상은 공사비 중 직접 노무비를 받는 근로자로 전기, 정보통신, 소방시설, 문화재 수리 공사의 근로자도 포함된다. 직접노무비 지급 대상은 아니지만 측량조사, 설치조건부 물품구매 등 실제 현장작업에 투입되는 근로자에 대해서도 추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적정임금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건설근로자공제회 등이 임금직접지급제, 전자카드제 등을 통해 산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건설업체가 적정임금을 제대로 지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자카드시스템과 임금직접지급제 시스템도 개선키로 했다. 문자나 메신저 등을 통해 근로자가 적정임금을 지급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피드백 시스템’도 도입된다.

건설업계는 탄식을 쏟아낸다. 당장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소방시설협회 등 6개 단체는 일자리위원회·관계부처 공동으로 건설업 적정임금제 도입방안을 확정한 데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업계는 다단계 생산구조로 인해 노무비가 삭감된다는 주장이 건설근로자의 임금 지급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노무비 절감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노무량을 절감하는 것이지 개별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건설근로자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건설노동시장의 특성상 일방적 임금삭감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임금직접지급제’ 등이 도입돼 있기에 제도적으로 임금 삭감 방지 장치가 완비돼 있다”고 주장했다.

영세 건설사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높은 최저임금과 원자잿값 상승으로 매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 속 훗날 적정임금제가 영세 건설업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대전 중구 한 종합건설업체 대표는 “기간이 많이 남았고 민간 공사 부문까지 확대될 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요즘 인건비가 너무 부담돼 큰 공사를 수주하지 않는다. 적정임금제가 민간 부문까지 확대되다면 고용 경색이 더욱 심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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