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건희 컬렉션’ 활용방안 발표
충청권 비롯한 전국 막판 유치전쟁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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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전국이 이건희미술관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 구겐하임 미술관 분소를 유치,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한 스페인 빌바오를 꿈꾸는 것인데 일부에선 과열된 유치 전쟁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건희미술관 건립 취지와 본질이 훼손됐다는 판단에서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컬렉션 활용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둘러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전국에서 이건희미술관 유치에 도전장을 낸 곳만 30여 곳에 달하는 상황에서 충청권에서도 막판 총력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대전에서는 옛 충남도청사를 이건희미술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세종에선 범시민추진위원회가 지방분권을 앞세워 유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충남에선 서산시의회가 이건희미술관 건립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공식 건의하며 한국판 빌바오로 가는 열차에 합류했다.

이건희미술관 유치의 파급력은 실로 막대하다. 앞서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지난 4월 소장품 2만 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는데 이 가운데엔 겸재 정선의 ‘정선필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의 마지막 그림 ‘김홍도필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보물 46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통일신라 인화문토기,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도자류와 서화, 전적, 불교미술, 금속공예, 석조물 등과 더불어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이인성,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가의 명작과 모네, 샤갈, 달리, 피카소 등 세계적 거장들의 대표작도 포함돼 이건희미술관 유치는 관광객은 물론 전문가들을 끌어모을 유인책으론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이건희미술관 유치전을 바라보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시선은 퍽 우려스럽기만 하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선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에 세워지는 게 일견 타당한 논리이나 ‘제대로 준비는 돼 있는가’에선 의문이 생기는 탓이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사실 지금 전국 지자체가 내세우는 이건희미술관 유치의 당위성은 인연”이라며 “그저 건물이나 부지 확보에 대한 이야기만 있지 고인의 유족들이 왜 기증했고, 이를 어떻게 기릴 것인지에 관해선 논의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건희미술관보단 지역 미술관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문화예술계 인사는 “지역 공·사립 미술관은 직원 한 명을 뽑으려 해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정말 균형발전을 생각한다면 뚜렷한 청사진 없이 이건희미술관 유치를 질러놓고 볼 게 아니라 지금 있는 미술관, 박물관에 제대로 된 투자와 의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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