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도 안했는데 너도나도 유치 경쟁
문광부 용산·송현동 2곳으로 압축
순회전시·지역문화시설 지원 등 예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을 위한 기본원칙 및 활용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을 위한 기본원칙 및 활용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속보>=이건희미술관 건립부지가 서울로 결정됐다. 공모 과정조차 없었음에도 ‘한국판 빌바오’를 꿈꾸며 헛유치 경쟁에 뛰어든 비수도권에선 예상대로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소외된 비수도권의 분기를 누르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본보 7월 6일자 1면 보도>

문광부는 7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이건희미술관 건립지로 문광부는 기증품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 전담팀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 제안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등으로 압축했다.

두 부지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갖춘 중앙박물관과 현대미술관 근처에 있어 연관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 상승효과를 기대할만한 충분한 입지여건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문광부는 관계기관 협의, 위원회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30여 곳의 지방자치단체가 균형발전, 지방분권을 앞세우며 ‘공모 없는’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나 서울에 짓는 것으로 매듭지은 건 문광부가 이건희미술관 건립 전보다 그 이후를 염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 위원장인 김영나 전 중앙박물관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연구와 보존·관리”라며 “기증품은 유화와 석물, 도자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데 이를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중앙박물관과 현대미술관의 경험과 인력이 필요하기에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기증자의 국가기증 취지와 가치를 살리는 것 역시 건립 부지 선정 과정에 주효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증자의 수집 철학과 통합적인 새로운 미술관의 패러다임을 위해 기증품을 한데 모으는 것도 그 일환이라는 게 문광부의 설명이다. 황희 장관은 “우리는 미술관이 근·현대, 고미술 나눠져 있지만 다른 나라는 하나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 이건희 미술관의 경우 유족 측이 각 지역에 기증한 것을 제외하고 중앙박물관과 현대미술관 기증품을 한데 모아 네트워크 뮤지엄으로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수도권의 문화 소외 심화에 대한 반발은 고민거리다. 문광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지역별 대표 박물관·미술관에서의 순회 전시, 국립문화시설 확충 및 지역별 특화된 문화시설 지원 방안를 예고했으나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황 장관은 “선정되지 않은 지역에서의 반발과 허탈감은 클 것으로 생각했다”며 “문화적 산업적 가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중앙에 세우되 지역 거점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연계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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