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

[금강일보] 지난 7월 2일 제2차 세계대전 후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남북문제를 세계적인 시야에서 검토하고 그 문제점의 규명과 해결책을 시도해 많은 성과를 올렸던 최대 국제경제 회의기구인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됐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런데 국내의 반응은 ‘빛좋은 개살구’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 현실속에 내재하고 있는 후진적 모습들 때문에 판단을 유보하고 있어서인지 언론과 방송에서 중요하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국가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서의 민족적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하는 역사적 이정표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 민족은 반 만년 역사속에서 왕조 교체를 통해 자주적으로 보다 나은 가치를 세우고 실현하기 위해 정치·경제·사회의 총체적인 변화를 도모했다.

삼국시대보다는 고려왕조가, 고려시대보다는 조선왕조가 국가의 공공성을 높여 공정한 사회를 지향했으며 더 많은 사람이 평등해졌다. 조선은 성리학을 기반으로 수기(修己)에 의한 개체의 자각과 공동체의 도덕성을 진작시키고, 치인(治人)을 통해 제도 개혁과 부국안민(富國安民)에 역점을 두었다. 특히 소수의 특권과 부정을 예방하는 데에 공권력을 사용해 국가의 공공성을 한층 높였다. 세계사 어느 왕조와 비교해도 문물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약육강식의 세계적 제국주의 물결에 휩쓸려 일제 식민 통치를 받게되면서 우리 민족 고유의 우수한 역사는 단절되고 말았다. 즉, 일부 매국적 변법 개화파에 의해 조선 후기 실학을 바탕으로 추진하던 자주적 근대화 노력이 좌절됐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제로부터 해방 후 미군에 의한 어처구니 없는 민족분단과 이승만 독재 정권에서 친일 잔재 청산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일제 강점기를 거쳐 미군정과 독재 정권에 기생해 일신의 영달만을 위해 살았던 민족 반역자들이 우리 사회 상층의 기득권 세력이 됐다.

그들은 반민족 행위와 부도덕한 짓들을 은폐하기 위해 우리의 역사를 폄하하고 왜곡하면서 권력기관과 언론을 동원해 일반 대중을 억압하고 세뇌시켰다. 대다수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또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등 체념으로 어쩔 수 없이 기회주의적 굴종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자본주의 속에서 사익이 최고의 가치가 돼 사기와 투기가 만연됐으며, 종교적 신념도 변질돼 타락했고 인간의 양심은 골동품이 됐다. 공익과 사익의 첨예한 충돌뿐 아니라 소득의 불균형과 양극화로 사익과 사익의 극단적 대립은 우리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요즘 대선 후보들에 대한 혼탁한 소식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어느 한 대선 후보가 해방 후 미군이 남한에 점령군으로 진주했다는 역사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표현한 것에 대해 정치인들이 반역사적·반민족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참으로 정상적 역사 인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에 기가 차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역사적 진실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맞춰 치졸한 해석과 구태적 주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역사는 정직하며 현재의 거울이다”라는 말과 함께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지 않으면 반복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유구한 역사 속 내부 분열과 외세침략의 위기에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슬기롭게 극복했다. 엄혹한 일제 식민통치 시대에도 조국의 자주 독립을 위한 간절한 염원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다바친 독립지사들의 숭고한 투혼과 독재 정권에 당당하게 맞선 민주열사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우리 역사가 온전한 민주 사회로 전진해 왔음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시대에나 그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와 시대적 요구가 있다. 그러한 역사적 과제와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통해 무지와 고정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지난 100여 년 동안 굴절된 불행한 역사에 대한 반성과 함께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회복하고 자주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민족분단의 비극을 하루 속히 외세 의존에서 벗어나 자주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퇴행적 수구 기득권 세력이 더는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바로 나만 잘살면 된다는 그릇된 의식이 아닌 모두가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굳건히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온전한 민주 사회가 돼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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