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설치근거 마련 작업 착수했지만
‘작품 중심 운영방향 검토’ 발언놓고
현장선 “논란된 사안 해결안됐는데
지역 현실에 맞는 절충안 고민해야”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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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대전시립극단 창단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대전시가 조례안 제·개정을 통해 시립극단 설치 근거 마련 작업에 착수하면서다. 시립극단 창단을 위한 주춧돌은 놓은 셈인데 갈 길은 아직 멀다. 대전형 시립극단을 구체화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은 채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2일 시에 따르면 대전시립오페라단과 맞물려 지역 연극계 숙원인 시립극단 창단을 위해 대전시립예술단 조례 제·개정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8년 취임한 허태정 시장이 공언한 시립극단과 오페라단 창단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시는 내달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열고 오는 9월 시립극단, 오페라단 창단 근거를 규정한 조례안을 대전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연간 예산은 12억 원 규모로 작품중심제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시의회를 통과하면 예산을 반영하고 그 후 구체적인 계획을 현장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복영한 대전연극협회장은 “작품중심제, 단원중심제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많은 연극인에게 기회가 열려 있는 작품중심제가 현재로썬 가장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다림이었던 만큼 들뜬 반응을 보일 줄 알았던 현장에선 다소 의아한 공기가 흐른다. 여러 방면에서 논의야 계속됐지만 그간 논란이 된 사안들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채 퍽 찜찜한 출발을 맞닥뜨려서다. 지역의 한 연극계 인사는 “지금까지도 시립극단의 명확한 목적이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창단 후 공연이 굉장히 많다면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소수에 그칠 경우 분명히 혼란만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극단에서는 가뜩이나 소수정예인 배우들의 이탈을 걱정하는 눈치다. 지역 A 극단의 대표는 “후배들이 비전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게 시립극단을 만드는 데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작품중심제만 고집할 게 아니라 시즌제 등 지역 현실에 맞는 절충안을 만드는 방법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이 때문에 창단 근거가 마련된 이후라도 시와 연극협회가 현장과 폭넓은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시립극단이 필요하다는 데만 공감을 이뤘고, 운영 형태 등에 있어선 현장 이견이 있는데도 갑자기 선언하듯 창단에 나서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설계 단계부터 방향성이나 계획을 시와 연극협회가 현장에 명확하게 설명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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