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중소기업계 “상속할 바에 사업 접는 게 낫다”
‘상속제 폐지·공제기업 자격요건 완화’ 요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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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상속제 폐지·완화 요구가 다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충청권 중소기업계는 과도한 상속제가 장수기업으로 가는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정부는 기업들의 상속과 관련해 투트랙 정책을 내놓고 있다.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한 ‘기업상속세제’와 장수기업을 유도하기 위한 ‘가업상속공제’다. 기업상속세제는 ‘1억 원 이하에 10%’ 상속세율을 매기고 자산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높여 ‘30억 초과는 10억 4000만 원+30억 원 초과 금액의 50%’를 납부해야 한다. 최대 세율만 50%로 OECD 중 일본(55%)에 이어 가장 높다. 기업 규제에 있어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마저도 40%이고 이탈리아는 4%에 불과하다. 문제는 기업상속세제가 세수 확보를 통한 국가경제발전을 내세운 독재정권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굳혀졌다는 데 있다.

반면 100년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지난 1997년 도입한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개편을 거쳐 매출 3000억 원 미만 기업을 상속할 시 설립 10년 이상 200억, 20년 이상 300억, 30년 이상 500억까지 공제한다. 공제받는 시점부터 7년간 자산(80%)·고용(100%)·업종을 엄격하게 유지해야 해서 자동화 도입과 인건비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단점이 제기돼왔다. 유지기간을 5년으로 줄이고 자산(50%)·고용(80%) 유지비율도 낮추는 방안이 논의 중이나 결국 기업상속세제를 폐지·완화해 달라는 게 경영계의 요구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만 12조 원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국민은 과도하다는 입장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찬성 측마저도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대기업을 초점으로 폐지·완화를 동조할 뿐 지역 중소기업은 번외로 두는 분위기다.

이충묵 중기중앙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은 “그런 시선은 아쉽지만 대기업만이라도 해주기를 바란다. 대기업의 상속제 부담이 덜어지면 경영권을 유지해 일관된 경영전략을 추진할 수 있고 경영여건이 개선돼 협력업체 납품단가를 올려주는 등 파급 효과가 크다. 물론 중소기업도 고려하며 논의했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중소기업계는 현 기업상속세제와 가업상속공제가 중견기업으로의 성장과 장수기업으로 가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본부장은 “만약 상속제가 폐지·완화되면 기업활동의 투자가 늘어나고 상속자의 경영권이 방어돼 성장과 장수가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공제해줄 때는 종업원수(또는 인건비) 유지비율을 낮춰주고 업종변경도 가능케 해야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있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는 상속세의 자본이득세 전환을 논의해볼 것을 제안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할 때 보유기간과 자본이득을 합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제도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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