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견 수렴으로 공론화 ‘첫발’
대전시 내달 12일까지 반영 후 결정
許 시장 “접근 쉬운 장소 이전 공감”
일각 “설익은 이전지 거론 안돼” 경계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속보>=산으로 쫓겨난 문화유산인 을유해방기념비(乙酉解放記念碑)의 운명이 시민 손에 의해 가려진다. 대전시가 을유해방기념비 이전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기로 하면서다.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민사회 여론이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형성되면서 의견수렴과 맞물려 시의 구체화 된 계획 수립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본보 9월 9일자 1면 등 보도>

을유해방기념비의 거취가 시민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올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다시 화두로 떠오른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문제가 시민 의견수렴으로 공론화 과정의 첫발을 떼는 셈이다.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비지정문화재였던 을유해방기념비의 문화재 등록을 추진해 온 시는 내달 12일까지 온라인 정책제안 플랫폼 대전시소(daejeon.go.kr/seesaw)를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이전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손철웅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을유해방기념비의 격(格)과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한 문화재 등록절차가 이미 진행 중”이라며 “이전 문제 또한 열린 관점에서 전문가들은 물론 시민 전체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중지가 모아지는 대로 빠르게 그 후속 조치를 완료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맞물려 그간의 태도와 분명하게 달라진 시의 입장도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서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 10일 대전시의회 제261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종원(대전 중구2) 의원의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요구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다.

허 시장은 “을유해방기념비는 지금 공간이 다소 외곽이고 노출이 안 돼 접근이 어려운 구조”라며 “그런 측면에서 을유해방기념비를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 있고, 접근이 쉬운 곳으로 이전하자는 제안에 대해 시민 의견을 충분히 들으면서 위치를 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을유해방기념비의 운명이 건립 75년, 보문산 이전 50년 만에 분수령을 맞았으나 시민사회에선 섣부른 예단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설익은 이전지 거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그렇다.

현재 일각에서 을유해방기념비 이전이 적합한 장소로 대전역 서광장과 중구 선화동 양지근린공원이 거론되고 있으나 한편에선 보문산 관광활성화 사업과 맞물려 현 위치에서 적극적인 홍보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지금은 이전 당위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어떤 식으로든 올해나 내년이면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모든 일에는 선후(先後)가 있는 법인데 벌써부터 이전 후보지를 거론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을유해방기념비와 한 쌍인 해태상이 반환돼야 완전한 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 의견수렴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은 시민에게 이전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시가 명확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훈수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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