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단장 마친 대전시립박물관
상설전시실 전시물 전면 교체하고
숨겨진 역사의 흔적들 최초 공개

서양인이 그린 박회수 유화 초상. 대전시립박물관 제공
서양인이 그린 박회수 유화 초상. 대전시립박물관 제공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대전시립박물관이 시민의 문화쉼터로 새롭게 태어났다. 상설전시실 리모델링을 비롯해 경관조명을 개선하면서다. 특히 그간 대전에서 보기 힘들었던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들이 이번에 새 단장을 마치고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27일 리모델링 개관을 기념하는 상설전 및 특별전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시립박물관을 찾았다.

달라진 시립박물관의 전시실 입구에는 이미 대전이 있고, 시민이 있다. 오래된 동네와 문화유적, 랜드마크를 찾아 그림으로 남기고 있는 모임 어반 스케치 회원 24명의 작품 75점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각자의 관점에서 그린 다양한 대전의 공간 아래에는 깨알같이 소소한 느낌들이 적혀있어 마치 그때의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듯하다.

하이라이트 격(格)의 상설전시실은 잠시 뒤로하고 특별전시실에 들어서니 ‘선비, 난세를 살다’라는 주제 그대로 격동의 세월을 살다간 애국지사들의 숨결이 살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1905년 국망의 기운이 감돌자 고종황제를 알현하고 을사늑약의 파기와 을사오적 처단을 건의했던 연재 송병선의 그 통탄함이 전시실 한켠에서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형의 순국 앞에 함께 아파하며 동생인 심석재 송병순을 위로하던 이준 열사의 슬픔이 편지 속에 담겨 있고, 자결을 선택한 송병선의 전말은 ‘청파일기’ 속에 낱낱이 기록으로 남겨져 이번에 시민들과 처음 만난다. 모두 지난해 문충사에서 기탁한 1만 9000여점의 유물 가운데 엄선돼 전시된 74점에 담긴 역사의 흔적이다.

특별전시실을 나서면 드디어 새롭게 태어난 상설전시실이 눈에 들어온다. 시립박물관은 개관 후 첫 상설전시실 리모델링을 마치며 전시물도 전면 교체했다. ‘대전의 역사와 문화, 공간에 담다’라는 테마를 잡은 이곳엔 고대부터 근대까지 대전사(史)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619점의 유물이 자리를 잡고 시민들을 기다린다.

2만 5000여년 전 대전에 터를 잡았던 이들이 남긴 둔산동 빗살무늬 토기와 용산동 슴베찌르게는 개관을 맞아 특별 대여 형식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여기에다 고려시대 구완동 청자 편(片)과 명문이 쓰인 분청사기 편이 사상 최초로 공개된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서양인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숙헌공 박회수의 유화 초상이다.

1833~1840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초상은 현재 알려진 고종황제의 유화 초상보다 무려 66년 앞선 것으로 역시 시립박물관에서 첫선을 보인다. 시립박물관 상설전과 특별전을 개막식은 28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