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청년 예술인 한자리에 모여
네트워크 열악·창작활동공간 부족
켜켜이 쌓인 문제 가감없이 풀어내

지난 18일 대전NGO지원센터에서 대전문화예술정책토론광장이 열린 가운데 참석한 예비·청년예술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18일 대전NGO지원센터에서 대전문화예술정책토론광장이 열린 가운데 참석한 예비·청년예술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문화예술인으로 산다는 게 언제는 좋은 때가 있었겠냐만 가을마저 추위에 얼어붙으니 괜스레 내일을 기대하는 것조차 버겁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서운 시절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누군가에게 문화예술은 삶을 지탱하는 힘이요, 희망을 품게 해주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힘을 내본다. 지난 18일 예비예술인인 대학생과 지역 청년예술인들을 만나 문화도시 대전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이른 저녁 대전 중구 선화동 대전NGO지원센터에서 ㈔대전민예총이 주최하고 대전시, 대전문화재단 후원으로 대전문화예술정책토론광장이 열렸다. 이날 예비예술인을 꿈꾸는 지역 대학생 10명, 청년예술인 10명은 저마다의 현실에서 바라본 대전 문화예술의 문제를 가감없이 풀어냈다.

이들이 장장 두 시간여 동안 토해낸 지역 문화예술 인프라는 궁핍한 경제력에 더해 창작활동 공간 부족, 미약한 네트워크 기반 등 이전의 한계 그대로였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터전을 잡은 한 청년예술인은 “높은 벽에 만족스러운 지원사업을 찾기 어렵고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도 대전엔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뭔가 있어도 하지 않는 느낌이 크다”고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또 다른 청년예술인은 문화예술의 결합 시도가 힘든 지역 풍토를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공연 기회가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인끼리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부족하다”며 “다른 장르와의 융합도 연락이 제대로 돼야 할 수 있지만 그마저 대전보다 다른 지역과 더 잘 연결되기 일쑤”라고 털어놨다.

예비예술인인 대학생들은 정보 부족이 가장 깊은 고민이 깊다. 한 대학생은 “대학 교육은 기술 위주이고 지원사업이나 각종 정보를 얻는 일이 수월하지 않다”며 “선택지가 넓지 않다 보니 대전에 있는 것보다 타 시·도로 나가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날 토론광장에는 이희진 지역문화정책연구소장과 박석신 화가가 멘토로 나서 예비예술인과 청년예술인들이 겪는 성장통을 가슴 따뜻한 조언으로 위로했다. 이 소장은 “열심히 해서 사회로 나오면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선배들이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만들어주지 못했고, 해마다 어떠냐고 물어보기만 하는 게 미안하기만 하다”며 “예비예술인과 청년예술인 문제는 여러분이 만든 문제가 아니다”라고 고된 청춘을 달랬다.

박 화가는 “청춘인 여러분이 직접 발로 뛰면서 지역 네트워크를 강화해 서로 다른 이들과 만나 독특함에 도전해보고, 또 치고박고하면서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청춘의 특권은 행동에 있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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