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문지초 교사

[금강일보]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향년 99세로 슬하에 어머니를 포함한 7남매를 사랑으로 키우셨고 손자들의 장성을 지켜보셨고 증손자들의 재롱도 누리셨으며 무엇보다 특별한 지병도 없으셨다.

이별의 순간에도 할머니는 편안하게 주무시는 것처럼 세상을 하직하셨다. 소위 천수를 누리셨기에 집안 어른들의 말씀처럼 ‘호상’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 할머니는 서울에 사셨기에 명절이나 가족 행사 등의 특별한 날을 제하고는 자주 뵙지 못했었다.

그래도 가끔은 할머니께서 직접 대전에 내려오시곤 했었다. 할머니가 집에 오신 날은 행복 그 자체였다. 오랜만에 할머니를 본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지만, 할머니께서는 항상 커다란 가방에 우리를 위한 선물을 가득 넣어 오셨기에 더욱 좋았다.

장례식장에서 환하게 웃고 계신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멍하게 보고 있으니 그 하얀색 요술가방이 더욱 생각났다. 손자들을 끔찍이도 아끼셨던 할머니의 사랑이 너무 그리웠다.

헤어짐은 늘 가슴 아픈 일이다. 교단에 서며 처음으로 졸업을 시킨 아이들과의 이별이 생각난다. 평소에는 그렇게 말도 안 듣고 나의 속을 썩이던 개구쟁이 녀석들도 선생님, 친구들과의 이별 앞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이들이 모두 떠난 텅 빈 교실에 혼자 앉아있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왜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을까, 칭찬보다는 왜 그렇게 꾸지람만 늘어놓았을까 등, 아쉬운 일만 생각이 난다. 몇 번을 반복하더라도 정든 아이들을 졸업시키는 일은 나에게 늘 버겁기만 하다.

헤어짐은 만남의 또 다른 이름이라 했는가. 헤어짐의 아쉬움이 채 가시기 전에 새로운 학년의 아이들과 만남이 시작된다. 새 옷을 입은 신선함보다 손때 묻은 편안한 예전의 옷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새 학년을 시작한다.

기대감과 두려움 속에 시작한 새 학년의 생활은 하루하루 지나며 어색함은 익숙함으로 조금씩 변해간다. 익숙함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고, 우리는 함께 성장해간다.

할머니와의 이별의 아쉬움은 앞으로도 오래 남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특별한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딸 ‘뿌리’와의 첫 만남이다. 생애 처음으로 맞게 되는 만남인지라 걱정도 많이 되지만 기대와 설렘이 더욱 크다.

만남의 첫 순간에 나는 어떤 기분일지,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내가 태어날 때 우리 부모님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등,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뿌리야, 엄마 아빠가 우리 뿌리 많이 기다리고 있어. 건강한 모습으로 곧 만나자. 예쁜 이름 지어놓고 우리 뿌리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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